김혜실 기자
kimhs211@alphabiz.co.kr | 2025-07-18 05:00:37
[알파경제=김혜실 기자] 올해 초 미국 주식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과열됐던 수수료 경쟁이 다시 국내 주식 ETF를 중심으로 재점화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 신정부 출범과 함께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내 ETF로도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운용사들이 국내 ETF 보수를 낮추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 초에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상위사를 중심으로 보수 인하 경쟁이 불붙었으나, 당시 경쟁에 동참하지 않았던 한국투자신탁운용을 포함한 중하위권 운용사들이 점유율 하락 방어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 한투운용, 국내대표지수·해외대표지수·금현물 ETF 동시 인하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일부 ETF 상품에 대한 보수 체계를 재정비했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그동안 보수 인하가 장기적으로 상품의 질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보수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다면서도, ETF 상품의 장기간 품질 유지와 안정적인 운용에 대한 검증을 바탕으로 투자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인하를 단행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조치로 ACE 200 ETF과 ACE 200TR ETF의 보수를 국내 최저 수준으로 인하했다. 해당 ETF의 총보수는 기존 0.09%, 0.03%에서 0.017%, 0.01%로 변경됐다. 이는 투자자가 국내 대표 지수에 투자할 때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역차별 구조를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글로벌 핵심 자산에 투자하는 ACE 미국S&P500 ETF, ACE 미국나스닥100 ETF와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에 투자하는 ACE KRX금현물 ETF 등 국내 투자자 포트폴리오에 편입되는 핵심 ETF의 보수를 조정했다. 해당 3종 ETF의 변경 전 총보수는 각각 0.07%, 0.07%, 0.50%로 이번 조정을 통해 0.0047%, 0.0062%, 0.19%로 인하됐다. ACE S&P500 ETF의 보수는 후발 경쟁자 답게 업계 최저로 제시했다.
특히 그동안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금현물 ETF 시장을 독점해왔지만, 삼성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미래에셋운용 등이 지난달 금현물 ETF를 낮은 보수를 제시하면서 신규 상장하자 보수 인하 상품 목록에 ACE KRX금현물 ETF를 포함했다.
◇ 키움투자자산운용, 고배당 ETF 총보수 0.19%로 인하 앞서 지난 15일 키움투자자산운용도 ‘KIWOOM 고배당 ETF’의 총보수를 기존 연 0.40%에서 0.19%로 인하하고, 배당 기준일을 월말에서 매월 15일로 앞당긴 월중배당 방식으로 변경했다. 투자자의 실질 수익률 제고와 재투자 전략의 유연성 확보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총보수 연 0.19%는 국내 상장 고배당 ETF 중 매우 낮은 수준으로, 이번 인하를 통해 투자자 부담을 최소화한 보수 체계를 갖추게 됐다.
최근 상법 개정, 배당소득 분리과세, 배당 확대 유도 등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 기조에 따라 국내 배당 투자 환경이 점차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외국납부세액공제 개편, 미국의 세법 관련 입법 추진 등으로 미국 ETF 투자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커지면서, 국내 고배당 ETF를 포함한 국내 주식형 ETF로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최근 금융주 중심 고배당 ETF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제적인 보수 인하로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올해 초 선제적 보수 인하 운용사들, 점유율 확대 성공
이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등 운용업계 1, 2위 대형운용사들은 ETF 보수를 올해 초 경쟁적으로 낮춘 바 있다.
미래에셋운용은 지난 2월 TIGER 미국S&P500과 TIGER 미국나스닥100의 총보수를 0.07%에서 0.0068%로 인하했다. 뒤이어 삼성자산운용도 KODEX 미국S&P500과 KODEX 미국나스닥100의 총보수를 0.0099%에서 0.0062%로 내렸다.
이후 한국투자신탁운용에 이어 당시 업계 4위였던 KB운용이 RISE 미국S&P500와 RISE 미국나스닥100의 총보수를 0.01%에서 각각 0.0047%, 0.0062%로 인하하면서, 몇달 사이 한국투자신탁운용 점유율을 따라 잡았다.
이에 뒤늦게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점유율 방어를 위해 수수료 인하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이상원 한국투자신탁운용 상품전략본부장은 "이번 보수 인하는 회사 이익 추구보다는 전적으로 투자자 편익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며 "향후에도 투자자의 장기 자산 증식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 ETF 운용 철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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