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가습제 살균제' 옥시에 구상금도 못 받았는데 700억 투자

차혜영 기자

kay33@alphabiz.co.kr | 2023-10-20 11:32:47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의 유품.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차혜영 기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 선지급한 연금을 갚지 않아 옥시레킷벤키저(옥시)와 소송까지 벌이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이 다른 한편에서는 700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가습기살균제 관련 구상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가습기살균제 가해 기업 10곳에 대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게 지급한 유족·장애연금 17억800만원을 구상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상금은 제3자의 행위로 인해 장애 및 유족연금이 지급되면, 공단이 피해자에게 연금을 우선 지급하고, 추후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직접 청구하는 것을 말한다.

10개 기업에 대해 고지된 총 구상액은 실제 구상 결정액 17억원보다 7억원 많은 24억30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대책임으로 인한 중복고지 금액이 포함된 액수다.

가해 기업별로는 옥시 15억4600만원(64%)으로 가장 많았고, 애경산업이 4억8백만원(17%)으로 뒤를 이었다.

가습기살균제 가해 기업의 구상금 납부 실적은 저조했다. 지금까지 납부된 금액은 총 1억2500만원으로 전체 구상 고지액의 5.1%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10개 기업 중 납부 이력이 있는 곳은 옥시(1억1200만원), 홈플러스(1300만원) 단 두 곳에 그쳤다. 2023년 납부 실적은 0원이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피해가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납부 기한을 엄수해 구상금을 납부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국민연금은 옥시 등 가해 기업이 구상금을 납부하지 않아 옥시 본사와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올해 7월 기준 국민연금공단은 700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의 옥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옥시에 3000억원 투자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연금공단이 가습기살균제 관련 해악 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고 향후 해당 기업들에 대한 투자 자체를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김 의원은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세상에 알려지고 12년이 지났음에도 가습기살균제 가해 기업들은 여전히 본인들이 져야 할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려 하고 있다"며 "연금공단은 대규모 살인 피해를 야기한 문제 기업의 구상금을 하루빨리 징수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황이 이런데도 국민연금은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고 다치게 한 가습기살균제 기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투자금을 전액 회수하는 한편, 가습기살균제 가해 기업에 대한 전면적인 투자 제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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