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5-04-14 11:21:13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하기 17시간 전 이미 중앙 기둥이 파손됐다는 보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를 통해 입수한 공사 시행사 포스코이앤씨 컨소시엄 넥스트레인의 최초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9시 50분 '투아치(2arch) 터널 중앙 기둥 파손'이라는 내용이 기재됐다.
이는 다음날인 11일 오후 3시 13분께 지하터널과 상부 도로가 함께 붕괴되기 약 17시간 전이다.
보고서에 첨부된 공사장 내부 사진에는 아치형 구조의 터널 중앙부를 지지하는 콘크리트 기둥 여러 개가 손상된 모습이 담겼다. 기둥이 파손되면서 내부 철근까지 노출된 상태였다.
당초 중앙 기둥에 단순 균열이 발생했다고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현장 관계자들이 이상 징후를 발견했을 때 이미 붕괴 위험이 큰 상황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공사 관계자들은 기둥 파손을 인지한 직후 근로자 17명을 모두 대피시키고 작업을 중단했으나, 관할 지자체인 광명시에는 약 3시간이 지난 자정께 신고했다. 광명경찰서는 11일 0시 40분부터 상부도로 차선을 전면 통제했다.
그러나 사고 발생 당일인 11일 오전 7시부터 지하터널과 상부도로에서 안전 진단과 보강 공사가 재개됐다. 작업 중이던 같은 날 오후 3시 13분께 지하터널과 상부 도로가 함께 무너지면서 작업자 2명이 고립·실종되는 사고로 이어졌다.
고립됐던 20대 굴착기 기사는 12일 오전 4시 31분께 구조됐으나, 포스코이앤씨 소속 50대 근로자는 붕괴 발생 후 14일 현재까지 정확한 소재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공사장 관계자들은 붕괴 사고 전 이상 징후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경찰도 붕괴 사고가 우려된다며 공사 현장을 지나는 도로 1㎞ 구간을 전면 통제한 반면,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는 굴착이 안 된 부분은 통제를 풀어도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진석 의원은 "최초 신고 시점부터 터널 중앙 기둥의 파손 상태가 심각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 점검 이후 붕괴할 때까지 국토부 등의 후속 조치가 적절하게 이루어졌는지 국회에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이 조사위는 실종자 수색이 마무리된 후 본격적으로 가동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2년 전 감사원이 지적한 사고 구간의 연약한 지반 문제가 이번 사고와 연관됐을 가능성도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2023년 1월 신안산선 제5공구 터널에서 약 19km 떨어진 구간이 암반이 부스러지는 등 지반 상태가 '매우 불량'한 5등급인데도 터널 설계에 인버트(지반 융기를 막는 콘크리트 시설물) 설치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처럼 붕괴 위험이 사전에 감지되고 보고됐음에도 적절한 안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인명 피해로 이어진 만큼,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의 안전관리 부실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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