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정 기자
moonsj@alphabiz.co.kr | 2026-05-12 11:32:38
[알파경제 = 문선정 기자] 대한민국 산업계가 극심한 '성과급 잔혹사’에 신음하고 있다. 재계 1위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첫 총파업 위기에 내몰렸고, 카카오는 노사 갈등이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이처럼 산업 현장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네이버가 올해 임금 5.3% 인상안에 잠정 합의하며 교섭 3주 만에 조기 타결을 이뤄내 주목받고 있다.
오너의 시혜적 결단에 의존하던 낡은 보상 관행을 과감히 깨고, 실리콘밸리식 ‘시스템 보상’을 안착시킨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 실리콘밸리식 투명 보상 꺼낸 네이버…총파업 치닫는 삼성·현대차와 갈렸다
네이버 노사가 파업이라는 파국 대신 합리적 타협을 이룬 근저에는 글로벌 성과공유제가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네이버는 과거 구글이나 엔비디아가 시행해 온 주식 보상 및 투명한 이익 배분 구조를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매년 전 직원에게 1000만 원 상당의 자사주를 3년간 분할 지급하는 스톡그랜트 제도를 통해 회사의 성장이 곧 직원의 자산 증식으로 직결되도록 설계했다.
아울러 연결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보상 재원으로 명확히 못 박음으로써, 삼성전자 등 전통 대기업들이 겪고 있는 산정 기준 불명확 논란을 원천 차단했다.
여기에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공언한 인공지능 수익 창출 계획까지 선제적으로 보상안에 녹여냈다.
정보기술 업계의 대표적 귀족 노조로 꼽히는 네이버 노조조차 명분 없는 강경 투쟁 대신, 투명하고 수치화된 시스템 보상 앞에서 철저히 실리적이고 성숙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 길 잃은 친노동 구호… '강 건너 불구경' 식물 장관에 멍드는 산업계
반면, 산업 현장의 갈등을 중재해야 할 정부의 리더십은 처참히 실종됐다. 출범부터 친노동을 핵심 기치로 내건 이재명 정부는 정작 전국적인 노사 충돌 앞에서는 철저히 무기력한 모습이다.
특히 고용노동부 김영훈 장관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가이드라인 하나 제시하지 못한 채 노사 자율이라는 핑계 뒤로 숨어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 현장의 갈등을 방치하는 사실상 식물 장관이라는 거센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박희정 법무법인 대륙아주 전문위원은 "네이버의 사례는 보상의 단순한 규모가 아니라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이 노사 갈등을 푸는 핵심 열쇠임을 방증한다"며 "삼성 등 전통적 대기업들이 오너의 입김에 따라 보상 규모가 널뛰는 깜깜이 구조를 고집하는 한 제2, 제3의 파업 사태는 결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해법은 투명한 시스템의 구축이다. 요란한 구호만 남은 정부의 헛된 중재를 기대하기보다 기업 스스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노사 신뢰를 다져야 할 때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문이다.
윤용필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이재명 정부와 김영훈 장관은 네이버의 조기 타결을 지켜보며 뼈저린 부끄러움을 느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 기업 노무 인사팀은 무능한 정부만 쳐다볼 것이 아니라, 네이버가 어떻게 노조를 설득하고 보상 체계를 정교하게 수치화했는지 처절하게 연구해야만 작금의 노사 내란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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