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6-01-20 11:21:15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 체제의 부채자본시장(DCM) 지배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공모 회사채 인수 실적이 두자릿수 역성장을 기록하며 DCM 빅3 지위마저 위태로워진 가운데, 작년 하반기 불거진 내부통제 실패로 인한 경영 리스크까지 가중되면서 올해 3월 임기를 맞는 김 사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공모 회사채 인수 실적에서 전년 대비 11.3% 감소한 7조7502억원을 기록했다.
조 단위 실적을 기록한 16개 증권사 중 10% 이상 역성장을 보인 곳은 한투증권이 유일했다.
같은 기간 공모채 시장 전체는 73조6860억원으로 1.6% 성장세를 보였지만, 한투증권만 홀로 역주행한 셈이다. 역성장을 기록한 증권사 자체도 4곳에 불과했다.
한투증권은 KB증권(11조5480억원), NH투자증권(11조1815억원)에 이어 3위를 간신히 지켰다. 하지만 4위 신한투자증권(7조3615억원)과의 격차가 4000억원 미만으로 좁혀지면서 '빅3' 수성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전년만 해도 한투증권은 신한투자증권을 1조5000억원 이상 앞섰다. 1년 새 그 격차가 4분의 1 수준으로 급격히 축소되면서, '만년 3위'로 여겨지던 한투증권의 순위마저 사정권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실적 부진보다 더 큰 문제는 김성환 사장을 향해 조여오는 '내부통제 리스크'다.
지난해 3월 2019~2023년 사업보고서 회계오류로 약 5조7000억원의 매출이 과다 계상돼 금감원으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 4월에도 사모펀드 판매 과정에서 적합성 원칙을 위반해 '기관경고' 제재를 받았다.
특히 2019년 설정된 벨기에 부동산 펀드의 전액 손실 사태는 치명적이었다. 벨기에 정부 기관이 입주한 브뤼셀 투아송도르 빌딩의 장기 임대권에 투자하는 이 펀드는 한투증권이 589억원어치를 판매했다.
판매사들은 벨기에 정부 기관이 입주했다는 점을 내세워 안정성을 강조했지만, 현지 부동산 경기침체로 매각에 실패하면서 900억원에 이르는 조달 자금이 모두 손실 처리됐다.
투자자들은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불완전 판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작년 11월 5일 "현장검사 결과 불완전판매와 내부통제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이미 처리된 분쟁민원을 포함한 모든 분쟁민원의 배상기준을 재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작년 10월에는 강남지점 직원이 "도박자금 때문에 고객 돈을 횡령했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잠적했다가 사망한 채 발견되는 사건도 터졌다. 피해 고객은 최소 6~7명, 피해액은 수억원대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 개인 일탈로 보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내부 감시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자금 유출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작년 11월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도입한 '책무구조도'의 첫 적용 사례로 김성환 사장이 거론되기도 했다. 책무구조도는 불완전판매 등 금융사고에 대해 경영진의 관리 책임을 묻는 제도로, 일명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린다.
김 사장은 2024년 1월 취임 후 지난해 3월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뼈아픈 본업(DCM) 경쟁력 약화에 '내부통제 부실' 꼬리표까지 붙으면서,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김 사장의 재연임 여부는 짙은 안갯속에 빠졌다는 관측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찬진 금감원장이 취임 초기부터 강력한 '금융판 중대재해처벌' 의지를 밝힌 만큼, 3월 주주총회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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