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국제식량 가격 상승세…국내 식품·외식물가 파급 우려"

임유진

qrqr@alphabiz.co.kr | 2023-08-28 11:02:12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임유진 기자] 최근 기상 여건 악화와 흑해곡물협정 중단 일부 국가의 식량수출 제한 등이 겹치면서 식료품물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국내외 식료품물가(food inflation) 흐름 평가 및 리스크 요인'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에서 집중호우 폭염 태풍 등 기상여건 악화로 채소 과일 등 농산물 가격이 전월대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국내 식료품물가 추이를 보면 최근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고 있으며 팬데믹 이후 현재까지 누적된 가격상승도 소비자물가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농축수산물가격이 팬데믹 초기 식료품지출 증가, 국내 기상여건 악화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등으로 빠르게 상승했고, 가공식품가격은 2022년 이후 국제곡물가격 급등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파급되면서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국에서도 지난해 이후 식료품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식료품 물가 불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로지역에서는 러·우 전쟁에 따른 공급차질의 직접적인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데다 인건비 등 투입비용 상승이 더해지면서 식료품물가 상승률이 올해 들어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식료품물가가 지난 3월 19.2% 상승하여 4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미국의 식료품물가는 최근 기저효과 등으로 오름세라 둔화되었지만 지난해 10% 이상 이상 급등하면서 누적된 가격상승의 폭이 전체 소비자물가를 크게 상회했다.

팬데믹 이후 지속되고 있는 국내외 식료품물가의 높은 상승세는 국별 여건 외에도 글로벌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특히 팬데믹에 따른 공급병목, 러·우 전쟁 이후 곡물 비료 공급 차질, 각국의 식량 수출제한, 이상기후 등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식료품물가의 상방압력을 크게 확대시키고 있다.

식료품물가 상승 요인 분석을 위해 50개국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글로벌 공통요인과 국별 고유요인으로 분해해 본 결과 전자의 영향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주로 원재료 수입의존도가 높은 식료품의 가격 상승률이 여타 품목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등 글로벌 요인의 영향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한은은 "향후 국내외 식료품물가의 오름세 둔화 속도는 더디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흑해곡물협정 중단 인도 쌀 수출 중단 등에 따른 식량안보 우려 등이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또 주요 기관들도 글로벌 곡물수급이 팬데믹 이전에 비해 당분간 타이트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국제곡물가격의 하락폭이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엘니뇨, 이상기후 등이 국제식량가격의 가장 큰 상방리스크로 잠재해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엘니뇨 기간 이후에는 국제식량가격 상승기가 나타나는 경향을 보여왔으며 해수면 온도가 예년대비 1℃ 상승할 때 평균적으로 1~2년의 시차를 두고 국제식량가격이 5~7%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한 곡물의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아 국제식량가격 변동이 국내 물가에 크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국제식량가격은 국내 가공식품가격 및 외식물가에 시차를 두고 파급되는데 국제식량가격과의 시차상관관계를 보면 , 가공식품은 11개월 후에 외식물가는 8개월 후에 최대로 나타나며 국제식량가격 급등기에는 파급시차가 단축되는 경향이 있다.

한은은 "가공식품 등 식료품과 외식 물가의 경우 하방경직성과 지속성이 높고 체감물가와의 연관성도 높아 기대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향후 국내 물가의 둔화 흐름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며 "가계지출 중 식료품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계부 담이 증대되고 실질구매력이 축소될 수 있는 만큼 향후 식료품물가의 흐름과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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