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실 기자
kimhs211@alphabiz.co.kr | 2025-09-10 05:00:29
[알파경제=김혜실 기자] 금 가격이 연일 전 고점을 돌파하고 있다.
금 가격은 4월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를 전후로 급등한 이후 약 4개월 간 온스 당 3200~3500달러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하지만 8월 하순부터 금 가격은 다시 랠리를 시작해 온스당 3600달러를 상회하며 역사적 최고점을 경신했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 재정 불안에 따른 국채 금리 상승가 직접적 원인이었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 가격 상승세가 단순한 요인이 아닌 구조적 원인에 의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 금리 인하 기대만으로 설명이 부족한 금 가격 상승
우선 금 가격 강세 배경은 약 달러와 금리 인하 기대다.
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작년 하반기 연준의 금리인하 1단계가 종료되고 동결 흐름이 이어져 왔으나, 최근 다시 인하 기대가 높아지면서 하반기 들어 금 ETF로의 자금 유입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라며 "금리 하락과 더불어 달러 약세 기조도 이어질 전망임에 따라 금 가격은 당분간 우상향 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는 귀금속 섹터의 강세 사이클을 지지하는 원동력"이라며 "향후 12개월 금 가격 목표를 온스당 4000달러로 유지, 연내 3800달러를 목표로 한 단기 금 투자 ‘비중 확대’ 전략도 유효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달러화 약세와 시장금리 하락이 금 가격 상승에 일조했으나 지배적 요인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2~4월 금 가격 랠리에는 약 달러가 동반됐으나 8월 이후 달러화 약세가 주춤하고, 금리 인하 기대 역시 최근 고조됐으나 지난 5~6월 관세 충격으로 금리 인하 기대 수준과 유사하다"라고 분석했다.
◇ 세계 분절화와 금융억압 정책 등 구조적 원인
금 가격 강세에는 세계 분절화와 금융억압 정책 등 두 가지 구조적 상승 원인이 뒷받침된다는 설명이다.
우선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러시아 외환보유고 동결 조치가 미국 달러 자산의 신뢰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2015~2019년 연평균 130톤에 불과했던 중앙은행의 금 보유 순증 규모는 2022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연평균 260톤으로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 금 보유 순증 규모는 210톤으로 소폭 둔화됐으나 여전히 과거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들어서는 중앙은행의 금 보유 증가에 더해 ETF를 통한 금 매수가 금 가격 신고가를 이끌었다. 작년까지 제한됐던 ETF를 통한 금 매수가 올해 들어 활발히 전개된 배경에는 경기 및 정책 불확실성이 자리한다.
하 연구원은 "최근 정책 불확실성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음에도 주요 선진국의 인위적 저금리 유도로 대표된 금융억압 정책으로 재정건전성 우려 및 물가 우려가 금 매수를 자극한다"라며 "채권 기간 프리미엄 상승과 함께 금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황 연구원도 "ETF 중심의 투자와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고 다변화’ 하의 금 매입세도 유효하다"라며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과 미국 재정부채 불확실성, 연준 독립성 이슈 등에 4분기 귀금속 섹터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 금 가격 상승에도 10% 이상 상승 여력 잔존
계속된 최고가 경신에도 금 가격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하 연구원은 "세계 분절화 심화에 따른 중앙은행 금 매수세, 금융억압 정책 부작용 헤지를 위한 금 매수세가 이어지는 한 금 가격의 상승세는 유지될 전망"이라며 "실질금리와 달러화 약세에 더해 구조적 상승 요인 등을 감안하면 올해 말 금가격의 모형가격(적정 이론가격)은 4000달러에 육박한다"라고 내다봤다.
태 연구원은 "금 목표가 온스당 3700달러를 유지하며, 2026년에는 4000달러대 진입도 가능할 것"이라며 "다만 현재의 경기 둔화 우려가 완화되기 시작하면서 리플레이션 부각 시 4000달러 부근에서 고점 형성 후 금의 추세적 상승이 종결될 수 있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 알파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