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효 기자
kei1000@alphabiz.co.kr | 2023-05-26 10:57:43
[알파경제=김종효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의 합병이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 속에 HDC현대산업개발에 또 피소당했다.
26일 인공지능 공시분석프로그램 <타키온>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하 아시아나)은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대산업개발)에게 피소됐다고 24일 공시했다.
조호진 타키온월드 대표이사는 “미국 법무부가 대한항공에 아시아나 합병 관련 소송을 걸면 양사 합병무산은 확정된다. 이미 시장은 합병이 물 건너 갔다 여기는 중”이라면서 “추가로 소송까지 당하면서 아시아나는 사면초가 신세”라고 분석했다.
여파로 올해(1월 2일~5월 25일) 대한항공 주가는 연초 2만2700원에서 2만2050원으로 2.8%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4.7% 상승했다.
◇ 아시아나-현대산업개발 인수·포기·소송 악연 질겨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3일 서울고등법원 제16민사부에 아시아나과 금호건설을 상대로 총 2천10억원을 반환하라는 내용의 '부당이득금반환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계약금 1천752억원과 그에 대한 발생 이자를 돌려달라는 것이다.
양측이 해당 돈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말 아시아나항공이 먼저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 와중에 미래에셋증권 없이 현대산업개발만 반소를 제기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20년 9월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유상증자 대금 납입을 차일피일 미루자 신주 인수계약을 해제하고 유증 철회를 결정한 바 있다.
그리고 두 달 뒤 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증권을 상대로 질권 소멸통지 및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양측은 거래 최종 결렬 책임이 서로에 있다며 첨예하게 엇갈렸다.
작년 말 1심 재판부가 아시아나의 손을 들어줬지만, 현대산업개발 측은 불복해 항소했다.
◇ 아시아나, 합병 사실상 무산에 주가 하락세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은 영국을 포함해 11개국에서 승인을 받았고, 필수 신고국가인 미국과 EU, 일본은 심사가 진행 중이다. 이 중 어느 한 국가의 경쟁당국이라도 합병을 불허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인수·합병(M&A)은 무산된다.
우기훈 뮤레파코리아 수석파트너는 “시장에 나오는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미국 정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을 승인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 상황으로 읽힌다”면서 “아시아나와 산업은행도 대한항공의 대안을 미리 찾아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리오프닝을 맞아 2019년 매물로 나왔을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 아시아나항공은 올 1분기를 포함해 6분기 연속으로 1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다.
호황은 아시아나항공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세계 항공업계가 누리고 있다.
아시아나 주가는 올해(1월 2일~5월 25일) 1만3600원에서 1만2220원으로 10.1%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225.67에서 2554.69로 14.7% 상승한 것과 대조된다.
◇ 산업은행-아시아나, 대한항공 대안 찾아야
일부 전문가의 분석처럼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이 무산된다면 오히려 주가 하락세가 더 확대될 것이란 우려다. 특히 여객 실적만으로 항공주들의 주가가 상승 전환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그간 경쟁구도 재편이나 독자적인 시장점유율 확대할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뭔가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해 왔다"며 "대한항공과 이사아나항공의 합병 결론이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여객 실적 만으로는 주가가 세게 갈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라고 전연승 연구원은 덧붙였다.
따라서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새로운 주인을 물색해야 한다. 또는 독자 생존을 모색할 수도 있다.
자칫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무산된다면 불똥은 산업은행에 튈 수 있다. 산업은행은 이미 해외 기업결합심사에서 국내 기업 간 합병이 무산된 경험이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마저 해외 기업결합심사에서 좌절된다면 산은은 국제적인 불명예를 안을 수밖에 없다.
시장은 인수자를 선호하는 모양새이다. 대한항공의 인수에 빨간 불이 켜진 지난 5일간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4.0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3% 상승했다.
[ⓒ 알파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