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민 기자
hera20214@alphabiz.co.kr | 2025-04-28 10:56:56
[알파경제=류정민 기자] 한화손해보험이 디지털 손보사로 야심차게 출범시킨 캐롯손해보험이 결국 흡수 합병 수순을 밟게 됐다.
지난 2019년 출범 당시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하며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랐지만, 지속적인 적자로 인해 기업 가치가 급락했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은 외부 투자사로부터 캐롯손해보험 지분을 되사들이는 과정에서 주주사별로 다른 기업 가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캐롯손해보험의 흡수 합병 결정은 누적된 적자가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2022년 832억원 ▲2023년 748억원 ▲2024년 65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재정 상황이 악화됐다.
이에 따라 한화손해보험은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으나, 인수 후보를 찾지 못해 결국 흡수 합병으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캐롯손해보험은 계속된 적자로 IPO가 어려운 상황이었고, 자금 부족 우려로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지만 여의치 않아 한화손해보험의 완전 자회사화가 빠르게 진행됐다"고 전했다.
한화손해보험이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캐롯손해보험의 기업 가치는 평균 4791억 원으로 평가됐다.
이는 2023년 마지막 투자 유치 당시 1조 원을 넘어섰던 것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진 수치다.
티맵모빌리티, 현대차 등 전략적 투자자(SI)는 물론 스틱인베스트먼트, 알토스벤처스, 어펄마캐피탈 등 사모펀드(PEF) 운용사 및 벤처캐피털(VC)도 투자금을 회수하게 됐다.
한화손해보험은 잔여 지분 인수에 총 2056억 원을 현금으로 투입할 예정이다.
2025년 4월 29일 지분 취득이 완료되면 한화손해보험의 캐롯손해보험 지분율은 59.6%에서 98.3%로 증가한다.
이후 한화손해보험은 캐롯손해보험을 합병하고 디지털 보험 사업 시너지 창출을 모색할 계획이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잔여 지분 인수가격은 주주사별로 다르게 책정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FI 관계자는 "한화손해보험이 당사 펀드들이 보유한 캐롯손해보험 지분을 각각 다른 밸류에이션으로 인수했다"며 "후속 투자 펀드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주주사 관계자는 "초기 투자자여서 손실은 없었지만, 한화손해보험이 주주사들과 개별 협상을 통해 각기 다른 밸류를 적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후속 투자자였던 일부 펀드는 손실을 감수하고 지분을 매각했을 수 있으며, 한화손해보험으로부터 다른 혜택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정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잔여 지분 인수 방식이 법규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비상장사 주식은 당사자 간 합의로 가격 결정이 가능하며, 주주평등의 원칙은 회사와 주주 간 관계에 적용될 뿐 주주 간 거래에는 직접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한 IB 관계자는 "세법상 시가와 현저한 차이가 있는 경우 증여세 등 산정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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