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경제=김혜실 기자]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자산 2조원이 넘는 기업에서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채워서는 안 된다. 하지만 2조원 이상 금융회사 99곳 중 28곳은 여전히 여성 등기이사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각 업권별 협회 등에서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금융지주·은행·증권사·생보사·손보사·카드사 총 99개사의 등기임원 현황이 이처럼 나타났다. 금융지주와 은행은 작년 말 기준, 나머지 금융사는 올해 2월 기준으로 집계했다. 99개사의 총 등기임원은 총 682명, 이중 여성 등기이사는 96명으로 여성 비율은 약 14%에 불과했다. 업권별로 나눠보면 금융지주의 여성 임원 비율이 20.7%(92명 중 19명)로 가장 높았다. 은행은 13.8%(152명 중 21명), 카드사는 14.5%(55명 중 8명), 생보사는 12.5%(128명 중 16명), 손보사는 16.7%(66명 중 11명) 등으로 집계됐다.증권사의 여성 등기이사 비율이 11.1%(189명 중 21명)로 가장 낮았다. 특히 이중 은행 6개사(부산·전북·광주·수협·산업은행·케이뱅크), 증권사 14개사(KB·유안타·교보·신영·IBK투자·유진투자·LS·BNK투자·DB금융투자·IM·케이프투자·골드만삭스·리딩투자·상상인증권), 생보사 6개사(DB·농협·iM라이프·하나·KDB·흥국생명), 카드사 2개사(현대·우리카드) 등은 전체 등기이사가 전부 남성이었다. 여성 등기 임원이 있는 회사들도 대부분 한 명에 불과했다. 지난 2022년 8월부터 시행된 개정 자본시장법은 자산 2조원이 넘는 기업에서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채워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다만 해당 법은 주권 상장법인이 대상이고, 규정을 지키지 않더라도 제재하는 조항은 없다. 김현정 의원은 "여성 등기이사가 단 한 명도 없는 금융회사가 여전히 많다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며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금융권이 보여주기식 대응을 넘어 획기적인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