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적자 속 드러난 삼성전자 감산 계획...“오늘이 가장 싸다”

◇삼성전자의 치킨게임, 반도체 굴기 중국도 망가졌다
◇삼성전자 또 다른 치킨게임...구매자, 치열한 눈치게임 불가피
◇SK하이닉스·마이크론, 추가 고난의 행군 불가피

김상진 기자

ceo@alphabiz.co.kr | 2023-04-27 10:51:00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반도체 감산 계획이 알파경제 취재결과 실체적인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취재 결과 삼성전자는 최초 20% 감산을 빠르게 실현한 뒤 가격 변동 상황을 지켜보면서 다시 5% 감산, 그래도 가격에 큰 변화가 없으면 5%를 또 감산하겠다는 계획입니다.<2023년 4월 23일자 [단독] 삼성 반도체, 감산 치킨게임 돌입...최초 20% 감산 뒤 5% 씩 추가 감산 참조>

20% 감축, 5%, 5%...
 

2014년 7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중경제협력포럼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삼성전자 전시관을 참관하기 위해 영빈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삼성)

 

◇ 삼성전자의 치킨게임, 반도체 굴기 중국도 망가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김기남 회장이 미스터 반도체라는 별칭으로 군림하던 시절에 무시무시한 치킨게임 전략을 펼친 바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까지 나서서 ‘반도체 굴기’를 외치면서 세계 반도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적이 있습니다.

당시 김기남은 중국이 반도체 원재료를 사가지 못하도록 입도선매 싹쓸이를 선택하면서 원재료 확보 치킨게임을 벌였는데요.

시장은 김기남의 오판을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결과는 중국의 패배였습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자급률은 2015년 14.9%에서 2021년 16.7%로 1.8%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죠.

설상가상 중국 반도체 기업이 생산한 반도체 비율은 고작 6.6% 수준입니다.

지난 2015년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내놓으면서 반도체 등 핵심 소재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습니다.

아울러 천문학적인 투자도 뒤이었지만 현실은 처참했습니다. 참다못한 중국은 최근 '반도체굴기'의 상징인 국가반도체펀드의 수장을 교체했습니다.

해당 펀드는 2014년 유망한 반도체 기업들에 투자해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됐습니다. 하지만 투자 실패가 잇따르자 관련 고위 임원들에 대한 부패 조사에 착수하기에 이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진=삼성전자)

 

◇ 삼성전자 또 다른 치킨게임...구매자, 치열한 눈치게임 불가피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1분기 적자 수준이 4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DS부문이 적자를 기록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이후 처음입니다.

처참한 성적표를 손에 쥔 경계현 DS 부문 대표이사(사장)이 2023년 새로운 치킨게임을 준비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삼성은 반도체 가격 상승 추이를 보면서 20% 감산, 그 뒤에 또 5% 추가 감산, 그래도 변함이 없으면 5% 더 감산하는 식의 파격적인 감산 계획을 세운 것입니다.

윤주호 엄브렐라리서치 대표이사는 알파경제에 “삼성전자가 감산 목표를 구체적인 수치로 추가감산까지 계획한 것은 실적 반등을 위한 일시적 감산이 아닌 글로벌 반도체 경기 전반의 반등을 유도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반도체 가격 반등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삼성전자 자체 분석입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2분기에도 반도체 수요 약세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며, 시장 회복 시점은 하반기로 예상했습니다.

우기훈 뮤레파코리아 수석전문위원은 “삼성의 굳은 의지 속 감산 계획 추진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반등을 불러오겠지만 구매자들 입장에서는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면서 “오늘 가장 싼 가격이라 판단되면 누구든 입도선매에 나설 것이 분명해 구매자들의 치열한 눈치작전이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예측했습니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고객 재고가 올해 1분기를 지나며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이는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박명수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실적발표에서 "(삼성전자의 감산 발표 이후) 고객 심리 변화가 확연하다고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몇 가지 변화는 있다"며 "하반기 준비를 위해 구매를 해야 하는지 문의하는 고객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마이크론, 추가 고난의 행군 불가피

삼성전자 예측대로 하반기 시장이 반등하면 반도체 전체 사이클도 우상향 곡선을 긴 형태로 그리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시 말해 반도체 황금사이클 도래를 조심스레 점칠 수 있는데요.

문제는 그 시점 진입 전까지 피나는 고난의 행군이 여전히 불가피하다는 점입니다.

한치호 NBNtv 수석전문위원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경우 삼성전자보다 감산 폭을 더 늘릴 수밖에 없다”면서 “두 회사는 고난의 행군 기간이 생각보다 더 길어질 각오를 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습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지난 해부터 이미 감산에 돌입한 바 있습니다. 감산 동참을 내심 기대했던 삼성전자가 생각보다 오래 버티면서 두 회사의 실적도 덩달아 처참했는데요.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1조8984억원 적자)에 이어 올 1분기까지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영업손실 규모가 3조원을 넘어선 것도 처음입니다.

메모리반도체 업계 3위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재고 상각에 따라 사상 최대 손실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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