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융위 국장마저 “플랫폼, 보험비교 표준API 수정하게 해줄테니 수수료 내려라” 황당 갑질

김지현 기자

ababe1978@alphabiz.co.kr | 2024-02-13 10:56:22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김지현·김종효 기자] 금융위원회가 보험비교 서비스 플랫폼 사업자들에 자신들이 강권했던 보험협회 표준API 정책을 상당 부분 수정키로 했다.


하지만, 빅4 보험사들이 보란 듯이 비싼 요금제로 보험비교 서비스를 교란했다는 사실은 애써 무시한 채 플랫폼 사업자들의 팔만 비틀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금융위의 관치가 정부 갑질로 바뀌고 있는 양상이다.

13일 알파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위원회 국장급 관계자 등이 지날 달 시작된 보험비교서비스의 보험모집 중개수수료율 3%를 낮추기 위해 직접 플랫폼 사업자들을 접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보험비교 서비스에 대해 잘 아는 복수의 관계자들은 알파경제에 “금융위원회에서 이달 초 보험모집 수수료 3%를 1%로 내리면 보험협회 표준API를 일정 부분 플랫폼 사업자별 상황에 맞게 수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는 보험비교서비스 출범 직전부터 사이트 개발 API와 수수료 문제는 업계 자율로 정할 사항이라는 입장을 겉으로는 표명해 왔다.

실제로 보험업계와 플랫폼업계는 자율 협의를 통해 기존 보험중개수수료율 4%를 3%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보험비교 참가 7개 플랫폼 회사가 요구했던 개별API 적용 요청을 무시하고 보험협회 표준API 일률 적용을 강제하는 등 적극적인 개입도 마다하지 않았다. <2024년 2월 12일자 [단독] 금융위 “보험 비교서비스, 망가져도 상관 없다” 발언 논란 확산 기사 참조>

최근 플랫폼을 직접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한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보험비교 플랫폼 회사에 수수료율 인하 대신 표준API를 변경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제안 여부에 “금시초문이고 다 처음 듣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이 금융위 관계자는 또, 플랫폼 사업자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보험비교 망가져도 상관없다’는 금융위 과장의 논란 발언에 대해서도 “담당 과장이 바깥 회의에서 무슨 얘기를 하고 다니는지 모른다”고 잘라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보험협회에 따르면 현행 표준 API는 고객 보험가입 정보 항목을 추가하거나 수정하려면 모든 참여 보험사가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한다.

보험비교서비스에 적용된 표준API는 아주 제한된 정보만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보험비교 결과도 정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정보의 경우에는 보험가입 이용자가 보험비교 플랫폼에서 직접 입력하도록 유도해야 하는 등 불편 사항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현 손해사정사는 “현행 보험비교서비스는 개인들에게 정보동의는 받으면서도 추가로 개인의 정보를 요구하는 비합리적인 구조라서 사실상 보험사 영업 툴을 넘어선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이미 회의적인 상황”이라면서 “비교결과가 부정확하고 비교를 위한 정보입력마저 불편해지면서 이용자들이 보다 싼 보험으로 옮기는 것 자체가 애초 어렵게 구성돼 있다”고 분석했다.

보험비교 플랫폼사들은 특히 3% 보험수수료율을 얹어 더 비싼 가격에 보험비교 서비스 상품을 내놓고 목소리를 높여온 손보사 빅4(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의 협조를 기대하기는 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반해 빅4를 제외한 대다수 중소 보험회사는 보험비교 서비스의 이동 현황에 만족하고 현행 다이렉트보험과 동일한 보험료 등을 제시하면서 보험비교 서비스 활성화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빅4도 다이렉트보험에서는 중개모집 수수료율을 보험요금에 포함시킨 저렴한 요금제로 보험가입자 확대를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치호 NBNtv 수석전문위원(행정학 박사)는 알파경제에 “보험사가 금융위 정책에 대놓고 반대하는 모양새를 취한다는 것은 완전 규제산업인 금융에서 볼 수 없는 이례적인 사건”이라면서 “금융위의 사전 용인이 없었다면 보험 비교서비스에서 보이는 빅4 보험사 행태는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길우 법무법인 LKS 대표변호사는 “금융위가 본인들이 강제로 추진했던 표준API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정책을 바꾸는 과정에서, 플랫폼 회사들에 기본적인 수수료도 받지 못하게 유도하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을 넘어 정부 갑질로 규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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