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5-08-13 10:51:09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석유화학 업계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LG화학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김천·나주 공장 설비를 철거하기로 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전날 경북 김천공장 전체와 전남 나주공장 일부 설비를 폐쇄하는 고강도 효율화 작업에 착수했다.
김천공장은 LG화학이 2008년 코오롱 유화부문으로부터 약 900억원에 인수한 고흡수성수지(SAP) 생산시설로 연간 9만톤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설비 노후화와 중국과의 경쟁 심화로 원가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여수 공장으로 생산을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나주공장에서는 연간 2만톤 규모의 스타이렌 아크릴레이트 라텍스(SAL) 생산설비를 철거해 대산 공장으로 이전한다. 대산 공장은 하반기 시운전을 거쳐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석유화학 사업 효율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운송비 절감과 설비 집적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글로벌 수요 둔화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촉발된 석유화학 업계 불황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김천공장 직원들은 여수 등으로 전환배치되며, 공장 부지와 설비는 매각을 통한 자산 유동화를 추진한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2022년부터 중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로 인한 공급과잉에 직면해 있다. 최근 3년간 동북아 지역에서만 국내 전체 생산능력의 200% 수준인 2500만톤의 설비가 새로 가동됐다.
업계 전반에서 '셧다운 도미노'가 확산하고 있다. LG화학은 앞서 대산·여수 공장의 스티렌모노머(SM)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롯데케미칼도 지난해 12월 여수산단 내 2공장 일부 생산라인을 멈춰세웠고, HD현대오일뱅크와 대산 나프타분해설비(NCC) 통합 운영을 논의 중이다.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 3위 업체인 여천NCC는 최근 3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부도 위기에 몰렸다가 대주주 긴급 자금 지원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비핵심 사업 매각에도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에스테틱 사업부와 수처리 필터 부문 매각을 결정했고, 롯데케미칼은 해외 자회사 지분 매각을 통해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
석유화학 '빅4'인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금고석유화학의 합산 영업이익은 2021년 9조원대에서 지난해 327억원으로 96% 급감했다.
업계는 재활용 플라스틱, 바이오 플라스틱 등 고부가가치 제품 투자도 지연되고 있어 중장기 경쟁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현재 불황이 지속될 경우 3년 뒤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50%만이 생존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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