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어닝쇼크에도 "인위적 감산없다" 했지만…증권가 "사실상 감산"

구체적 감산계획 기대감에 실망 매물 쏟아지며 주가 하락

김상협

yega@alphabiz.co.kr | 2023-02-01 10:21:37

삼성전자 사옥 (사진 = 연합뉴스)

 

[알파경제=김상협 기자] 삼성전자가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 등으로 지난해 4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그 동안 '인위적 감소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삼성전자가 '자연적 감산'을 시사했지만, 구체적인 감산계획을 기대했던 시장에서는 실망 매물이 나왔다. 그러나 오히려 이를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내 딜라이트샵 (사진 = 연합뉴스)

 

◇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부진에 어닝 쇼크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7.97% 줄어든 70조4600억 원, 영업이익이 68.95% 감소한 4조3600억 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달 31일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 6조9200억 원을 크게 밑돌았다. 전분기와 비교해도 60.37%나 감소한 수치로, 분기 영업이익이 5조 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4년 3분기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부문별로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DS(Device Solutions) 부문은 4분기 매출 20조700억 원, 영업이익 2700억 원을 기록했다.

메모리는 재고자산 평가 손실의 영향 가운데 고객사 재고 조정이 지속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해 실적이 대폭 감소했다.

시스템LSI는 업계 재고 조정에 따른 주요 제품 판매 부진으로 실적이 하락했다.

파운드리는 주요 고객사용 판매 확대로 최대 분기와 연간 매출을 달성했고, 첨단 공정 중심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고객처를 다변화해 전년 대비 이익이 증가했다.

디스플레이 사업을 맡는 SDC 부문은 4분기 매출 9조3100억 원, 영업이익 1조8200억 원을 기록했다.

중소형은 스마트폰 수요 감소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감소했지만, 플래그십 제품 중심 판매로 견고한 실적을 달성했다. 대형은 연말 성수기 TV용 QD-OLED 판매가 확대되고 LCD 재고 소진으로 적자 폭이 완화됐다.

완제품을 담당하는 DX(Device eXperience) 부문은 4분기 매출 42조7100억 원, 영업이익 1조6400억 원을 기록했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 부문은 스마트폰 판매 둔화와 중저가 시장 수요 약세로 인해 매출과 이익이 모두 하락했다.

네트워크는 국내 5G망 증설과 북미 등 해외 사업 확대로 매출이 증가했다.

TV 사업을 맡는 VD 부문은 연말 성수기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하고 네오(Neo) QLED와 초대형 등 프리미엄 제품 중심 판매로 매출과 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생활가전은 시장 악화와 경쟁 심화에 따른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하락했다.

하만은 전장사업 매출 증가와 견조한 소비자 오디오 판매로 2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글로벌 IT 수요 부진과 반도체 시황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메모리는 고객사 재고 조정이 지속되는 가운데 신규 CPU 출시에 대비해 서버·PC용 DDR5 수요 대응을 위한 준비를 확대하는 한편, LPDDR5x 등 모바일 고용량 제품 수요에도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내 딜라이트샵 (사진 = 연합뉴스)


◇ 삼성전자 "인위적 감산 없다"했지만…증권가 "사실상 감산" 평가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는 설비투자 감축과 감산 여부를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삼성전자는 "최고의 품질과 라인 운영 최적화 위해 생산라인 유지·보수 강화와 설비 재배치 등으로 단기구간 의미 있는 규모의 비트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이에 대해 인위적 감산은 없지만, 기술적 이유를 통한 자연적 감산에 대한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의미있는 수준의 비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말은 감산을 감산이라 부르지 못하는 삼성으로서는 사실상의 감산을 에둘러 표현 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 연구원은 "지난 3분기 DS 부문 재고자산은 무려 26조4000억 원으로 반도체 분기 매출액을 상회할 정도로 심각하고, 4분기 중 NAND 재고평가손실이 수천억 원 발생한 상황이기 때문에 상당히 과감한 수준의 감산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지적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높은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 간접적인 감산일 수 있지만,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기존의 언급에 비하면 상당히 전향적인 변화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송 연구원은 "이번 컨콜에서 올해 메모리 반도체 설비투자를 전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언급했지만, 아직 설비투자 감축안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승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선두업체인 삼성전자의 유의미한 자연 감산을 통한 생산 조절은 메모리 공급사의 재고 소진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요인"이라며 "공급사 재고 정점, 모바일 고객사들의 재고 정상화에 따른 구매 수요가 감지될 시 탄력적인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했다.

실적 발표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메모리 감산 계획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며 3.6% 하락했다. 그러나 오히려 매수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설비투자의 직접적 감소를 기대했던 실망 매물로 인한 주가 하락"이라며 "공급 조절에 대한 오해가 형성된 지금 시기가 매수 기회"라고 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감산이 충분하지 않다는 등의 많은 우려가 있지만, 이같은 우려는 지난해 상반기 좋았던 업황과 비교하기 때문"이라며 "전년 대비 나쁘다 또는 전년 대비 개선이 어렵다를 보고 투자하기보다는, 지난 분기 대비 좋아지는 방향성과 시그널에 투자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고객사 재고축소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2분기까지 실적 둔화 불가피한 점 감안하면 추가 주가 하락 가능성이 존재하지만,이제는 단기 악재보다 하반기 이후 업황의 회복 방향성에 집중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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