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5-11-18 10:34:26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KT 이사회가 대표이사의 고유 권한인 고위급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에 대한 승인권을 갖도록 규정을 개정하면서 경영권 침해와 상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경영진을 감시하고 감독해야 할 이사회가 사실상 실무 경영에 직접 개입하는 구조가 되면서, 경영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외풍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정보통신업계와 KT 등에 따르면 KT 이사회는 지난 4일 이사회를 열고 대표이사가 부문장급 경영임원과 법무실장을 임명·면직하거나 주요 조직을 개편할 때 이사회의 사전 심의와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을 바꿨다.
기존에 대표이사가 행사하던 인사권과 조직 구성권의 핵심을 이사회가 흡수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이 상법이 규정한 이사회의 역할을 넘어섰다고 비판하고 있다. 상법 제393조는 이사회의 역할을 '이사의 직무 집행 감독'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이사회가 정관 변경 주주총회도 거치지 않고 내부 규정만으로 권한을 확대한 것은 위법 소지가 크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인사와 조직 개편은 기업의 영업 활동과 직결된 사안으로, 상법 제209조에 따라 대표이사가 포괄적 권한을 갖는 '영업에 관한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가 '낙하산 인사'를 견제하기는커녕 오히려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KT 사외이사 8명 중 7명이 현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인사들로 구성돼 있어, 정치권의 입김이 인사와 조직 개편에 직접적으로 작용할 통로가 열렸다는 분석이다.
KT새노조는 성명을 내고 "표면적으로는 낙하산 차단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새 최고경영자(CEO)가 기존의 정치적 알박기 인사를 정리하려 할 때 이사회가 이를 방어막처럼 제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구현모 전 KT 대표도 지난 14일 차기 대표이사 공모 불참을 선언하며 "최근 이사회의 결정들은 정당성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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