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오너일가, 입사 후 평균 4.4년 만에 임원 승진…일반 직원보다 18년 빨라

차혜영 기자

kay33@alphabiz.co.kr | 2025-02-26 09:59:49

임원 승진(PG).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차혜영 기자] 국내 대기업 오너일가가 평균 30.4세에 입사해 4.4년 만인 34.8세에 임원으로 승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 임원 중 상무 직급의 평균 나이가 52.9세인 점을 고려하면 일반 직원보다 약 18.1년 빠른 것으로 분석됐다.

26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2023년 결산 기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8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오너일가가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대기업집단은 63곳이며, 총 212명(남성 175명, 여성 37명)이 임원으로 활동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체 인원의 4명 중 1명에 해당하는 54명(25.5%)은 입사와 동시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들을 포함해 임원 승진까지 5년 미만이 걸린 오너일가는 전체의 59.4%(126명)에 달했다.

세대별로는 자녀세대가 부모세대보다 더 빠른 승진 경로를 밟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모세대는 평균 30.7세에 입사해 4.5년 만에 임원, 13.2년 만에 사장단으로 승진한 반면, 자녀세대는 더 어린 30.2세에 입사해 임원 승진까지 4.3년, 사장단 승진까지 12.5년이 소요됐다.

성별로는 여성 오너일가의 승진 속도가 더 빨랐다. 남성은 평균 30.0세 입사 후 임원까지 4.6년, 사장단까지 13.1년이 걸린 데 비해, 여성은 평균 32.6세에 입사해 임원까지 3.3년, 사장단까지 11.4년이 소요됐다.

입사와 동시에 임원에 오른 오너일가가 5명 이상인 그룹은 영풍, OCI 등 2곳으로 조사됐다. 신세계와 현대해상은 각각 3명, 롯데와 두산, KCC, 세아, 유진, 대신증권, 한솔 등은 각각 2명이 입사 즉시 임원 자리에 올랐다.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정몽진 KCC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자녀세대 중에서는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박서원 두산매거진 전 대표, 박세진 금호고속 상무 등이 입사 즉시 임원이 됐다.

입사와 동시에 사장단에 오른 오너일가는 전체의 4.2%인 7명으로, 김주원 DB그룹 부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이지현 OCI드림 대표,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 최윤정 파라다이스그룹 부회장 등이다.

반면 입사 후 임원 승진까지 가장 오래 걸린 인물은 박장석 SKC 전 상근고문으로, 1979년 SK네트웍스 입사 후 16년이 지난 1995년에 임원이 됐다.

구자용 E1 회장(15.8년), 구자엽 LS전선 회장(14.6년), 허명수 GS건설 상임고문(14.3년), 허연수 GS리테일 전 부회장(14.0년) 등도 임원 승진까지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필요했다.

사장단 승진까지 가장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인물은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이다. 신 의장은 1973년 롯데호텔 입사 후 34.9년이 지난 2008년에야 사장단으로 승진했다.

박석원 두산디지털이노베이션 사장(27.8년), 구자엽 LS전선 전 회장(27.2년), 박형원 두산밥캣코리아 사장(26.8년), 김상헌 DN그룹 회장(26.0년) 등도 사장단 승진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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