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경제=이준현 기자] 부동산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KB금융이 부동산 PF 지원에 나섰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이 태영건설과 2800억원 규모 부동산 PF 관련 파트너십 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증권사의 유동성 공급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증권사 지원에 대해 유동성을 공급해 건설시장에 숨통을 트이고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금융시장 리스크를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공존하고 있다.
KB금융지주 (사진=KB금융지주) ◇ KB금융, 5000억원 규모 부동산PF 브릿지론 유동성 지원
6일 KB금융그룹은 5000억원 규모의 부채담보부증권(CDO)을 발행해 건설사들의 부동산 PF 사업 유동성 지원에 나선다고 밝혔다.
CDO는 금융사의 대출채권 등을 기초자산으로 해서 유동화시킨 파생상품을 말한다.
KB금융그룹이 주관을 맡아 KB국민은행·KB손해보험 등이 선순위로 출자하고, KB증권은 후순위로 참여하는 형태다. 산업은행도 500억원 규모를 출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된 자금은 현대건설, 롯데건설 등 4∼5개 대형 건설사의 수도권 사업장 중 본 PF로 넘어가지 못한 브릿지론 대환에 사용해 단기 유동성을 공급한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금리 상승으로 PF 사업성이 낮아지면서 브릿지론이 본 PF로 전환되지 못하는 사업장이 많아지고 있다.
상당수 사업장이 3개월∼6개월 단위의 브릿지론 만기 차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 본사 전경 (사진=태영건설)
◇ 유동성 공급과 리스크 관리 사이 줄타기
앞서 태영건설은 부동산 PF 사업 자금조달 목적으로 한국투자증권과 2800억원의 파트너십 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태영건설은 800억원, 한국투자증권은 2000억원을 각각 납입해 펀드를 조성하고 태영건설이 진행 중인 PF 사업들에 자금을 안정적으로 지원한다.
이처럼 건설업계는 증권사를 통해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 역시 부동산 익스포저가 많은 증권사들의 경우 부동산 PF 부실에 따른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증권사 CEO 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 증권사 부동산 PF 대출 관련 우발채무 21조원
금융당국은 올해 최대 위험 요인으로 부동산 PF 부실화를 꼽고, PF 사업 리스크와 건설사 유동성 상황에 대한 선제적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일 열린 증권사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부동산 PF 부실이 현실화되고 단기 자금시장의 불안이 재발하는 등 잠재 위험요인에 대비해 리스크를 면밀히 점검해달라"면서도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을 갖춘 증권사는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않은 취약 부문에 적극 자금을 공급하는 등 시장 안정에 큰 힘을 실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한국금융연구원이 발간한 '부동산 PF 대출 관련 증권사의 우발채무' 보고서에 따르면 증권사가 보유한 부동산 PF 대출 관련 우발채무는 지난해 말 기준 20조90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그중 93%가 넘는 19조6000억원은 증권사가 신용위험까지 부담해야 하는 매입확약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입확약은 미매각위험에 더해 신용위험까지 부담해야 한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증권사가 보유한 우발채무 중 매입확약 비중이 크다는 것은 증권사가 부동산 PF대출 관련 신용위험에 크게 노출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