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소연 특파원
wsy0327@alphabiz.co.kr | 2026-02-20 11:00:42
[알파경제=(고베) 우소연 특파원] 혼다가 저가형 전기 이륜차를 앞세워 중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전기차(EV) 바이크 시장 탈환에 나선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이 20일 전했다. 혼다는 지난 19일 신형 EV 바이크 ‘ICON e:(아이콘이)’를 오는 3월 23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모델의 가격은 일본 국내 제조업체 중 최저가인 22만 엔으로 책정됐다. 이는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에서 생산해 일본으로 역수입하는 방식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결과다.
이번 신제품 출시는 일본 제조업의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변곡점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과거 일본에서 생산해 신흥국으로 수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해외 생산 거점을 활용해 안방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다. 개발을 주도한 미쓰카와 마코토 수석 엔지니어는 “아시아 시장 전역에 자신 있게 선보일 수 있는 품질과 가격을 동시에 실현했다”라고 강조했다.
신형 모델 ‘ICON e:’는 성능 면에서도 진전을 이뤘다. 항속 거리는 기존 혼다 EV 바이크 대비 약 50% 늘어난 81km에 달하며, 일본 내 원동기 장치 자전거 1종 규격에 맞춰 제작되어 접근성을 높였다. 특히 배기가스 규제 강화로 단종된 저가형 가솔린 스쿠터의 빈자리를 대체할 전략 모델로 평가받는다.
혼다가 가격 파괴에 나선 배경에는 중국 세력의 거센 추격이 있다. 세계 최대 EV 바이크 기업인 중국 야디아(Yadea) 그룹 홀딩스는 지난 11월 일본 시장에 진출하며 21만 7,800엔이라는 공격적인 가격을 제시했다. 야디아는 배터리부터 완제품까지 아우르는 수직 통합형 생산 체제를 강점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혼다의 이번 신제품 가격은 사실상 야디아의 가격대에 맞춘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생산 원가 절감을 위해 혼다는 베트남의 저렴한 노동력을 적극 활용했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베트남 제조업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약 273달러(한화 약 37만 원) 수준이다. 혼다는 인건비 우위와 신흥국 공통 모델 양산 효과를 통해 엔화 약세 국면에서도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이륜차 사업의 수익성은 혼다 전체 경영 전략의 핵심 보루다. 혼다의 이륜차 사업은 2025년 4~12월기 기준 사상 최고치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사륜차 사업은 전기차 및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막대한 투자 여파로 14년 만에 영업 적자로 돌아섰다. 이륜차 부문에서 창출되는 안정적인 수익이 사륜차의 미래 기술 투자를 뒷받침하는 구조다.
일본 제조업계 전반에서도 생산 기지 이전 움직임은 가속화되고 있다. 스즈키(7269 JP)와 혼다 등 주요 기업들은 물가 상승과 생산 비용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와 동남아시아로 생산 비중을 옮기고 있다. 이는 일본 내 생산만으로는 더 이상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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