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 기자
sitory0103@alphabiz.co.kr | 2025-05-05 09:52:25
[알파경제=김영택 기자] 한국산업은행(KDB)이 25년 만에 한화오션 지분 매각에 나서며 보유 지분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의 임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산은은 건전성 확보를 위한 지분 매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기업 '큰손'인 산은의 지분 정리 움직임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며 주가가 출렁이는 모습이다.
◇ “산은의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HMM 지분 매각 고민”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지난달 30일 25년간 보유해 온 한화오션 주식 1300만 주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처분 단가는 주당 8만1650원으로, 총 매각 규모는 1조615억 원에 달한다.
이번 블록딜로 산은의 한화오션 지분은 기존 19.5%에서 15.25%로 낮아졌다. 총 주식 수는 4673만8211주로 변경됐다.
산은의 블록딜 방침이 알려지자 한화오션 주가는 하루 만에 12.09% 급락하며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시장에서는 산은이 추가 블록딜을 통해 한화오션 지분을 더 낮출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산은은 지난해 매각이 불발된 HMM(옛 현대상선) 지분 매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강 회장은 지난달 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의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HMM 지분 매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아무리 말년 병장이라도 산업은행을 리스크 상황으로 내몰 수는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임기 만료 전 지분 매각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강 회장의 임기는 다음 달 6일까지다.
강 회장은 "새 정부가 들어오더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앞으로 1년은 걸릴 텐데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산은 회장으로서 고민이 엄청 많다"며 "내가 시작을 해서 빠른 시간 내에 (매각하는 게) 맞지 않을까 고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산은, BIS 자기자본비율 우려…5대 은행 평균보다 낮아
산은이 한화오션과 HMM 지분 매각에 나선 배경에는 은행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에 대한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현재 산은의 BIS 비율은 13.9%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평균인 17.1%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금융 당국은 BIS 비율 13% 이상 유지를 권고하고 있다.
특히 HMM 주가 상승은 산은의 BIS 비율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BIS 규정상 은행이 자기자본 대비 특정 기업 지분을 15% 이상 보유하면 15% 초과분에 대해 위험가중치 1250%가 적용된다.
HMM 주가가 1만8600원대를 넘어가면 이 가중치가 적용돼 산은의 BIS 비율이 권고 기준인 13%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BIS 비율이 13% 미만으로 하락하면 '위험가중자산'으로 분류되는 기업 대출이 제한되는 등 정책금융 기능 수행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산은은 그동안 HMM 매각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매각 규모가 워낙 큰 데다 HMM 지분을 보유한 한국해양진흥공사와의 이견 등으로 난항을 겪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산은은 HMM 매각에 앞서 최근 한미 조선 협력으로 기업 가치가 상승한 한화오션 블록딜에 먼저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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