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소연 특파원
wsy0327@alphabiz.co.kr | 2026-02-23 10:26:51
[알파경제=(고베) 우소연 특파원]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최근 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강하고 풍요로운 일본 열도'를 향한 국정 동력을 확보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선거 과정에서 환율 변동에 구애받지 않는 강인한 경제 구조 구축을 강조하며, 엔화 약세를 국내 투자 확대와 수출 산업 부흥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시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통화 가치 하락 속의 강한 국가'라는 구상이 실현 가능한지에 대한 회의론과 우려가 동시에 교차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에 의하면 엔화는 현재 주요국 통화 대비 역사적 저점을 기록하며 '최약체 통화'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엔저 현상은 현장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한 반도체 설계·제조업체 대표는 "현재 일본에 순수한 의미의 수출 산업이 존재하는지 의문"이라며, "글로벌 공급망 구조상 부품과 소재의 수입 비용 상승이 엔저의 이익을 상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전 세계에 생산 거점을 분산 배치한 상황에서 엔화 가치 하락은 오히려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교와 안보 분야에서도 엔저의 그늘은 짙다. 달러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한 국가의 국제적 발언력을 상징하는데, 엔화 가치 하락은 일본의 경제 규모를 축소시켜 외교적 입지를 좁히고 있다.
신흥국 주재의 한 외교관은 "엔저로 인한 GDP 감소로 인해 '글로벌 사우스'를 포섭하려는 일본의 존재감이 약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방 분야 역시 디지털 전환(DX) 과정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의 70~80%를 외산에 의존하고 있어, 엔저로 인한 '디지털 적자'가 국가 방위 예산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재정 정책을 둘러싼 시장의 경계심도 여전하다. 카타야마 사츠키 재무상은 "환율의 과도한 움직임에 대해 모든 수단을 배제하지 않고 적절히 대응하겠다"며 구두 개입에 나섰으나, 다카이치 총리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 기조는 여전히 시장의 불안 요소로 남아 있다.
자민당은 소비세 감세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재정 규율 완화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으면서 '자민 1강' 체제 아래 총리의 책임론이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성장 전략이 지나치게 방대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현재 일본 정부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등 17개 분야를 중점 투자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에 대해 쿠마노 히데오 제1생명경제연구소 수석 경제학자는 "전략적 대상을 명확히 좁히지 못하고 있다"며 "AI와 반도체 등 핵심 분야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는 "전략이란 무엇을 하지 않을지를 결정하는 것"이라는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의 경영 전략론과 궤를 같이하는 지적으로, 백화점식 나열이 아닌 선택과 집중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결국 '엔저 하의 강한 일본'이라는 구상이 실재하는 미래가 될지, 혹은 실현 불가능한 가상에 그칠지는 다카이치 내각의 향후 정책 집행 능력에 달려 있다.
구조적인 엔저 압력과 인구 감소, 재정 악화라는 삼중고 속에서 일본 경제의 진정한 윤곽을 드러낼 결정적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니케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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