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소연 특파원
wsy0327@alphabiz.co.kr | 2025-12-22 11:46:06
[알파경제=(고베) 우소연 특파원]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이 2026년 3월 이후 신입사원 초임을 37만엔으로 4만엔 인상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2일 전했다. 야나이 다다시 회장 겸 사장이 일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이번 조치는 2020년 이후 네 번째 인상이다.
야나이 회장은 "세계 수준으로는 아직 낮다"며 추가 임금 인상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했다. 2026년 봄 신입사원 480명의 연봉은 약 10% 증가한 590만엔 수준이 될 전망이다. 지역 정규직 초임도 25만5000엔에서 28만엔으로 상향 조정된다.
일본 대기업들의 대졸 초임급 격차가 업종별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고임금 업종으로 여겨지던 종합상사와 메가뱅크를 IT기업들이 크게 앞서는 양상이다.
패스트리테일링의 초임 인상 폭은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2020년 21만엔이었던 초임이 2025년 33만엔을 거쳐 2026년 37만엔까지 오르면서, 6년간 총 16만엔이 인상되는 셈이다. 이는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 초임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종합상사 업계에서는 이토추상사(8001 JP)가 36만엔으로 가장 높은 초임급을 제시했으며, 미쓰비시상사(8058 JP)는 34만엔을 책정했다. 메가뱅크 3사는 이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쓰비시UFJ은행과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이 30만엔, 미즈호은행이 28만엔으로 설정했다.
부동산 업계는 상사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미쓰비시지소(8802 JP)가 33만엔, 미쓰이부동산이 32만엔의 초임급을 제시했다.
반면 IT업계는 인력 부족 현상 속에서 파격적인 초임급을 내세우고 있다. 사이버에이전트(4751 JP)는 42만엔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사이보즈(4776 JP)도 40만엔을 설정했다. 오픈하우스그룹(3288 JP)은 19일 초임급을 40만엔으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기업은 연봉제 도입으로 일시금을 포함하거나 고정 잔업수당을 추가한 금액으로 초임급을 공시하고 있다. IT업계와 전통 대기업 간 초임급 격차는 최대 14만엔에 달해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이들 기업은 연봉제나 고정 잔업수당을 포함한 금액인 반면, 패스트리테일링은 순수 기본급만을 제시한 것이다.
야나이 회장이 임금 인상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해외 임금 수준과의 격차가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 조사에 따르면 20-24세 미국 풀타임 근로자의 연봉 중앙값은 4만1000달러(약 640만엔)에 달한다. 야나이 회장은 "보수를 올리지 않으면 우수한 인재를 뽑을 수 없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소매업계의 이미지 개선도 중요한 목표다. 국세청 조사에서 의류를 포함한 소매업의 평균 급여는 341만엔으로 전체 평균 401만엔을 밑돈다. 야나이 회장은 "연봉이 낮으면 다른 산업에 인재 획득에서 진다"며 업계 선도를 통한 인재 유치 전략을 설명했다.
패스트리테일링은 '정보제조소매업'을 표방하며 기존 제조소매(SPA) 모델에서 탈피를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고객 니즈 분석과 적정 생산량 예측을 통해 결품 방지와 낭비 감소를 동시에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서는 각국과 타 업계에서 우수 인재를 확보해야 하며, 임금 인상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이러한 과감한 투자를 뒷받침하는 것은 호조적인 실적이다. 패스트리테일링의 2026년 8월기 연결순이익은 4350억엔으로 6년 연속 최고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북미와 유럽이 성장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북미 사업의 2025년 8월기 매출수익은 2711억엔으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2027년 8월기 3000억엔 목표는 조기 달성이 확실시된다. 야나이 회장은 "다음에는 1조엔을 목표로 한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는 언젠가 3조엔도 달성할 수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러한 자신감의 근거는 뉴욕, 시카고 등 주요 도시의 플래그십 스토어 전략이다. 2025년 8월기 설비투자 1700억엔 중 70%인 1200억엔을 해외 점포에 집중 투자했다. 스페인 인디텍스(ZARA)나 스웨덴 H&M이 매출 규모에서 앞서지만, 유럽에서 패스트패션에 대한 역풍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패스트리테일링은 심플하고 내구성 높은 품질로 서구 시장에서 지지를 확대하고 있다.
후계자 문제에 대해서는 11월 유니클로 사장 츠카 다이스케가 패스트리테일링 이사로 취임하면서 '포스트 야나이'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야나이 회장은 "건강한 한 계속하지만 이미 후기 고령자라 체력이 부족할지도 모른다"며 "우리 회사도 젊은 사람들이 더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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