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김익래 전 회장의 법적 승소와 남겨진 질문, 자본시장의 신뢰는 누가 책임지는가

라덕연의 손배소 패소가 남긴 씁쓸한 교훈…합법 너머의 도덕적 책임 절실

김종효 선임기자

kei1000@alphabiz.co.kr | 2026-04-11 09:41:58

(사진= 제공)

 

[알파경제=윤주호 엄브렐라리서치 대표이사] 자본시장의 근간을 뒤흔들었던 ‘SG증권발 폭락 사태’의 법적 공방이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0일 사태의 주범인 라덕연 씨가 키움증권 김익래 전 회장과 키움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5억 30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주가조작범이 폭락의 책임을 대주주에게 전가하려던 무리한 시도는 법적 근거 부족으로 기각되었다. 하지만 판결을 지켜보는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복잡하고 차갑다.

◇ 법적 면죄부와 지워지지 않는 타이밍의 의문

이번 판결로 김익래 전 회장은 자신을 옥죄던 배후설과 법적 리스크에서 일단 자유로워졌다.

라 씨는 김 전 회장이 상속세를 줄이려고 인위적으로 주가를 낮췄다고 주장했으나, 검찰이 2024년 김 전 회장의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상황에서 민사 재판부 역시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이다.

법원의 판단과는 별개로 시장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폭락 사태 직전 절묘한 타이밍에 이뤄진 다우데이타 지분 매각으로 확보된 600억 원대의 현금은 여전히 우연이라는 단어만으로 설명하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특히 키움증권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성장한 플랫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그룹 수장이 보여준 행보는 투자자들에게 깊은 배신감을 안겼다. 

 

(사진=연합뉴스)

◇ 자본시장 투명성을 위한 제도적 대수술 시급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우리 자본시장의 구조적 취약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김 전 회장이 법적 승리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냉담한 이유는 현행 시스템이 대주주의 ‘합법적 탈출’을 막기에 너무나 무력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사법부의 판단을 넘어 제2의 김익래과 제2의 라덕연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대주주가 지분을 대량 매도하기 전 미리 알리도록 하는 사전 공시제의 실효성을 높여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해야 한다. 깜깜이 매도가 시장에 충격을 주는 일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금융사 지배구조 내부 통제 체계를 강화해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나 미공개 정보 이용 가능성을 뿌리 뽑아야 한다. 금융사 수장에게 요구되는 책임감은 일반 기업인보다 훨씬 무거워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태의 도화선이 된 CFD(차액결제거래)와 같은 고위험 파생상품의 투명성을 제고해 작전 세력들이 익명성 뒤에 숨어 시장을 교란하지 못하도록 철저한 감시망을 구축해야 한다.

◇ 숫자보다 무거운 신뢰의 무게

라덕연 씨는 시세조종 혐의로 대법원의 최종 심판을 기다리고 있고 김익래 전 회장은 소송에서 이겼다.

그 과정에서 진정한 승자는 보이지 않는다. 오직 피눈물을 흘린 수많은 개미 투자자와 땅에 떨어진 한국 자본시장의 신뢰만이 덩그러니 남았을 뿐이다.

자본시장은 숫자가 아닌 신뢰라는 토양 위에서 작동한다. 법망을 피했다고 해서 모든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금융 권력을 쥔 이들이 자신의 행보가 시장에 미칠 파장을 먼저 고민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여주지 않는 한, 한국 증시의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머나먼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번 판결이 단순한 승패의 기록이 아닌 자본시장의 도덕성을 다시 세우는 뼈아픈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

 

*시론_윤주호 프로필. (사진=알파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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