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효 선임기자
kei1000@alphabiz.co.kr | 2026-05-23 09:42:57
[알파경제=전대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글로벌 산업계는 지금 인공지능과 반도체 패권을 둘러싸고 사활을 건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경제의 버팀목이자 1등 기업이라는 삼성전자의 안마당에서는 시대의 흐름과 완전히 동떨어진 기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초기업노조가 사측과 맺은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반발해, 단 하루 만에 무려 5000명의 DX부문 직원들이 제2노조로 이탈하는 엑소더스를 감행했다. 글로벌 초일류 기업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지는 초유의 사태다.
◇ 임단협 대상도 아닌 ‘보너스 떼법’…수치심 잃은 망나니쇼
파행이 더욱 뼈아픈 이유는 노사 양측이 목숨 걸고 싸우는 명분의 얄팍함과 처참한 법적 무지에 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의 핵심 교섭 대상은 기본급 등 사전에 고정된 근로조건이다.
기업의 당해 경영 실적이나 영업이익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우발적으로 지급되는 특별성과급(보너스)은 법적으로 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 보지 않는다. 즉, 사측이 반드시 단체교섭에 응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는 대상 자체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처럼 자명한 법리가 존재함에도, 삼성 노사는 애초에 임단협 대상도 아닌 보너스 문제를 협상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아웅다웅하면서 망나니쇼를 연출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첨단 기술 하나에 국가의 명운이 갈리는 엄중한 시기에, 법적 교섭 대상조차 아닌 성과급 파이를 더 떼어달라며 떼를 쓰는 노조나 확고한 원칙 없이 이리저리 휘둘리는 사측의 작태는 국가적 망신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반도체 초격차와 스마트폰 혁신을 이끈 삼성의 기술력을 향해 기꺼이 ‘초일류’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천하에 드러난 진실은 삼성이 노조문제만큼 초일류가 아니라 동네 구멍가게 그 자체라는 뼈아픈 사실이다.
영세한 동네 구멍가게조차 콩 한 쪽의 이문을 나눌 때 식구들끼리 이토록 주먹구구식으로 낯을 붉히며 이전투구를 벌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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