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식 기자
ntaro@alphabiz.co.kr | 2025-06-24 09:31:44
[알파경제=김교식 기자] 중동 지역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75달러를 넘어서는 가운데, 유가가 이 수준에서 내년까지 지속될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와 내년 합쳐 최대 0.91%포인트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24일 발표한 '유가 상승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올해 2분기부터 내년 4분기까지 평균 배럴당 95달러 수준을 기록하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0.42%포인트, 내년은 0.49%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글로벌 경제모델을 활용한 이번 분석에서는 올해 2분기부터 내년 4분기까지 브렌트유 평균 가격을 배럴당 65달러로 설정한 뒤 각각 10달러, 20달러, 30달러씩 상승하는 시나리오를 검토했다.
분석 결과 유가가 10달러 상승해 배럴당 75달러에 이르면 한국의 올해 성장률은 0.15%포인트, 내년은 0.17%포인트 하락한다. 20달러 오른 85달러 시나리오에서는 올해 0.29%포인트, 내년 0.33%포인트씩 각각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진다. 유가가 배럴당 75달러 수준이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올해 0.22%포인트, 내년 0.13%포인트 오르며, 95달러까지 치솟으면 올해 0.62%포인트, 내년 0.38%포인트 상승할 전망이다.
경상수지 흑자폭도 축소된다. 유가 75달러 시나리오에서 명목 GDP 대비 경상수지는 올해 0.82%포인트, 내년 1.15%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은 유가 상승에 취약한 국가로 분석됐다. 김 이코노미스트가 조사한 23개국 중 유가가 10달러 오를 때 경제성장률과 경상수지 하락폭이 가장 컸다. 한국에 이어 경제성장률 타격이 큰 국가는 대만, 경상수지 영향이 큰 곳은 베트남이었다.
이같은 결과는 한국의 높은 중동 에너지 의존도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원유·천연가스·석유제품·석탄 등 4대 에너지원이 전체 수입의 25%를 차지했으며, 이 중 원유 73%, 천연가스 35%, 석유제품 62%를 중동에서 들여왔다.
최근 중동 정세는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지난 13일 이란의 핵시설과 군사시설을 대규모 공습한 데 이어, 미국도 22일 이란 핵시설 3곳을 추가 폭격했다. 이에 따라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75달러선을 넘어섰으며, 일시적으로 81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란 의회는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하면서 국제유가가 100달러대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경제전망에서 국제유가를 올해 배럴당 69달러, 내년 65달러로 예상했으나, 중동 분쟁 장기화로 이 전망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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