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골드 러쉬 언제까지..위험 자산과 동반 상승

박남숙 기자

parkns@alphabiz.co.kr | 2025-10-15 08:00:24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박남숙 기자] 금값이 사상 최초로 온스당 4천 달러를 돌파하는 등 귀금속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금 현물 실질가격으로 1980년대 오일쇼크 고점을 넘어설 정도로 금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증시 상승의 위험 선호와 안전자산인 금의 동반 상승이 특이하다는 평가다.

◇ 위험자산과 같이 오르는 '금'..유동성이 배경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 가격 강세에는 구조적 상승 원인이 자리하는데 먼저, 세계 분절화 심화에 따른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 매수 행렬"이라고 꼽았다.

 

러-우 전쟁 이후 각국 중앙은행은 2010년대 중후반에 비해 금 매수 규모를 늘렸다. 다만 작년에 비해 순증폭은 감소했다. 

 

대신 금년 금 신규 매수 주체로 ETF가 등장했다. 최근 정책 불확실성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지만 그럼에도 주요 선진국의 인위적 저금리 유도로 대표된 금융억압 정책으로 재정건전성 우려 및 물가 우려가 금 매수를 자극한다는 분석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아이러니한 점은 금은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이자 안전자산으로 역할도 수행하는데, 작년부터 올해 금 가격의 가파른 상승은 대표적 위험자산인 주가와 함께 올랐다는 점"이라며 "금과 주가의 역사적 상관계수는 -0.31로 안전vs위험자산의 관계성이 명확한 편이나 최근 2년간은 인플레이션 수혜로 함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금의 실질가치가 달러와 역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한데 작년부터 강했던 달러가치가 약세로 돌아서는 흐름 또한 금 가격 상승에 일조했다.

 

반면, 금리 측면에서는 역사적으로 상관관계가 높지 않은 듯 보이나 저물가 시대 금 가격이 상대적으로 눌려왔던 관점에서 현재 고물가 긴장감은 채권보다 금에 선호를 높이는 재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윤여삼 연구원은 "현재 금 가격 상승의 핵심은 ‘유동성+국채 대용’의 가치로 보고 있다"며 "지난 3년간 고물가 우려로 중앙은행들이 강력한 긴축을 시행했지만, 어디선가 유동성은 공급되고 있었고 그 돈은 완화적 금융환경을 견인했다"고 판단했다.

 

G3(미국,유럽, 중국) 신용 창출은 다시 큰 폭으로 증가, 유동성 장세를 견인하고 있다. 

 

아직도 절대금리 수준은 높다고 하나 고도긴축 실시 이후 주요국 통화정책 완화의 정도는 과거 경기침체와 비견될 정도로 빠르게 전환되었다. 통화긴축기 재정의 유동성 공급 역할 역시 아직 유지 중이란 분석이다.

◇ 금 중장기 업사이드 유효..금리 민감도 확인 필요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인 업사이드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러시아, 중국, 터키 중앙은행은 탈달러화 움직임의 일환으로 금 매입을 이어갈 것이고, 여타 신흥국 중앙은행들도 보유자산 다변화 차원에서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연준의 통화 정책 기조 전환, 미 달러 약세,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 등 매크로/금융시장 여건도 금 가격에 우호적이란 판단이다.

 

무역분쟁 외에도 각 지역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주기적으로 불거지고 있고, 정치적 노이즈 부각 등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는 여건이다. 

 

북미, 유럽권을 중심으로 금 ETF 자금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새로운 금 매장지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채굴 비용은 인건비, 환경 규제 등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해 금 공급량은 구조적으로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출처=메리츠증권)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결국 현재 금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경제적 관점은 유동성 공급의 수혜"라며 현재 유동성 공급이 인플레이션을 크게 자극하는 국면은 아니나 전반적인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는데 일조하고 있는 것은 현실"이라고 판단했다.

 

여기서 금 가격이 강세를 나타내는 또 다른 핵심은 ‘안전자산으로 채권의 역할’에 대한 공포로 꼽힌다.

 

2000년대 들어와 초장기금리를 중심으로 금리가 하락하는 과정에서 금 가격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2012년 이후 디플레이션 압력이 높은 구간에서 금이 인기가 없던 시절이 있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현재 글로벌 초장기 금리중심으로 절대금리가 높음에도 이자도 없는 금리 선호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금을 매입하는 기관들은 주요국의 급증한 재정적자와 정부부채에 대한 신뢰성이 낮아진 상황이다. 여기에 트럼프의 무역전쟁은 상대 통화에 대한 안정성을 낮추는데 영향을 미치면서, 달러중심 거래 상대국 통화에 대한 신뢰성을 낮게 평가하게 했다.

윤 연구원은 "한마디로 안전자산으로 금이 채권 대용(proxy)을 했다고 본다"며 "이는 미국의 초장기 스프레드와 금 가격의 상관관계에서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인플레이션 요인이 두려울 때 30년 금리가 취약하여 스프레드가 확대되어도 금 가격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올해처럼 재정신뢰성이 문제가 되면서 30년 스프레드가 벌어진 점도 안전자산 측면에서 채권 대신 금을 선호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앞으로도 미국과 무역전쟁 과정에서 달러 지위(dollar domination)에 대한 우려가 불거질 수 있으나 현재까지 달러 약세는 질서 있게 진행 중이다.

 

윤 연구원은 "경기 위축은 안전자산 선호 측면에서 금 가격에도 긍정적일 수 있으나 수요 감소에 따른 인플레이션 둔화로 이어질 경우 금보다 다시 채권을 선호할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때문에 금을 투자할 때는 정치적 관점에서 주요국의 금 수요 필요성과 동시에 경제적 관점에서 '유동성과 재정 신뢰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재정 신뢰성의 바로미터가 된 초장기 금리의 민감도가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역사적 강세를 시현 중인 금 가격은 유동성의 ‘탐욕’과 재정 신뢰성이라는 ‘공포’가 만들어낸 결과이다. 

 

JP 모건과 골드만삭스 등 주요 IB들은 여전히 금 가격은 다시 온스당 48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윤 연구원은 당분간 금 투자에 유리한 환경인 점은 인정하나 금리를 같이 보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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