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5-10-03 09:35:46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이한상 한국회계기준원장(고려대 교수)은 삼성생명이 국제회계기준(IFRS17) 적용을 거부하고 '계약자 지분조정'이라는 이례적인 회계 방식을 유지하려는 배경에 삼성그룹의 승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한상 교수는 지난 2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주최 세미나에서 "삼성생명이 유배당 계약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배당 계획을 세우지 않고 비난을 감수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총수 일가의 지배권 유지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이재용 회장을 정점으로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복잡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이 교수는 이런 구조가 삼성생명 계약자와 주주들의 재산을 존중하지 않는 행태로 이어진다고 비판하며, 이재용 회장의 '4세 승계 불가' 선언 재확인을 촉구했습니다.
삼성생명의 회계 논란은 1980년대 판매된 유배당 상품 수익금으로 삼성전자와 삼성화재 주식을 취득한 것에서 비롯됐습니다. 당시 생명보험사들은 보유 주식 매각 시 계약자에게 지급될 몫을 '계약자 지분조정'이라는 별도 부채로 표시해왔습니다. <2025년 8월 19일자 [분석] ‘삼성생명법’ 논란 재점화…”이재용 경영권 승계 도구로 금산분리 위반” 참고기사>
그러나 지난 2023년 도입된 IFRS17은 향후 계약자에게 지급할 금액을 현재 가치로 산정해 보험 부채로 재무제표에 반영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삼성생명은 IFRS17 도입을 앞둔 2022년 말, 금융감독원에 기존 계약자 지분조정 방식을 유지할 수 있는지 질의했습니다.
주식 매각 계획이 없다는 이유로 계약자 지분조정을 현재 가치로 평가해 보험 부채로 반영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당시 금감원은 삼성생명의 주장을 받아들여, 부채로 표시할 수 없다면 자본으로 표시해야 하는데 이 경우 유배당 계약자의 몫이 과도하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일탈'을 허용했습니다.
이한상 교수는 IFRS17에 예상과 실제 차이를 자체 수정하는 기능이 내장되어 있음을 지적하며, 삼성생명이 매각 계획이 없음을 공표하는 것은 계약 조건을 달성하지 못하도록 해 계약자에게 배당하지 않는 행위로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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