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핵잠수함 도입, ‘국가적 허영’인가 ‘안보 강화’인가

한미 정상회담 성과로 꼽힌 핵잠수함 도입에 대해 비판적 시각 제기

김영택 기자

sitory0103@alphabiz.co.kr | 2025-11-01 09:31:41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김영택 기자] 군사 전문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최근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성과로 거론되는 핵추진 잠수함 도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김 전 의원은 지난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가 얻는 것은 체면이고, 잃는 것은 돈·시간·외교적 자율성"이라며, 이를 "강대국의 환상에 취한 '국가적 허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진정한 자주국방은 핵잠수함 보유국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기술 주권과 전략적 판단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국방혁신 4.0'은 인공지능, 무인체계, 데이터 융합을 기반으로 한 '킬웹(K-Kill Web)' 전략을 핵심으로 한다.

이는 소수의 고가 자산이 아닌, 네트워크로 연결된 다수의 스마트한 소형 무인체계 중심의 분산형 전력 구조를 지향한다.

김 전 의원은 미 해군조차 거대한 항공모함 중심 체계에서 벗어나 '분산된 치명성(Distributed Lethality)' 개념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한국이 과거의 거대한 플랫폼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핵잠수함 한 척 건조에 약 2조 원, 하루 운용비에 23억 원이 소요되는 반면, 동일 예산으로 수백 대의 무인잠수정(UUV)을 확보하면 서해와 동해 전역을 감시하고 실시간 대응 가능한 전술적 지능망을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현실적인 위협은 심해가 아닌 연안이며 ▲북한의 소형 잠수함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플랫폼 ▲기뢰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핵잠수함보다 민첩한 무인체계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는 21세기 전쟁은 속도와 네트워크의 싸움이며, 더 이상 거대한 철의 괴물이 바다를 지배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전 의원은 핵잠수함 프로그램이 재정, 정치, 산업 모든 면에서 '능력 함정(Capability Trap)'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연합뉴스)

척당 2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도 단 한 척만 운용 가능하며, 건조와 협정 개정에 수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핵잠수함 보유가 중국과 북한을 자극해 동북아 군비 경쟁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의 작전 환경이 수심이 얕고 소음이 심한 연안이라는 점을 들어, 길이 100미터가 넘는 핵잠수함은 오히려 비효율적이며 탐지 위험이 큰 '과잉 전력'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핵잠수함 도입 과정에서 미국의 고농축 우라늄(HEU) 의존, 건조 기술 및 유지·보수의 미국 조선산업 통제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한국 방위산업의 주권적 지위가 약화될 위험을 경고했다.

김 전 의원은 "자주국방은 핵잠수함의 연료봉이 아니라 기술과 전략의 자율성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하며, 핵잠수함은 국가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지 모르나, 킬웹 전략은 국가의 생존을 지킨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대국 흉내가 아닌 한국형 전략의 성숙이 지금 한국에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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