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계약 리코, 왜 야구계가 싸우나?

업계 1위 리코스포츠, 선수 몸값 부풀리기 의혹과 구단 불만 고조 속 진실 공방

박병성 기자

star@alphabiz.co.kr | 2025-12-01 09:25:21

(사진 = 연합뉴스)

 

[알파경제=박병성 기자] 야구계에서 '에이전트계의 삼성'으로 불리는 리코스포츠에이전시가 최근 선수 몸값 과대 책정 및 언론 플레이 의혹으로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올겨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리코 소속 선수 6명이 대형 계약을 체결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고, 이는 과거 2000억 원이 넘는 계약 총액 기록과 맞물려 구단 및 팬들의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다.

 

리코스포츠는 유격수 박찬호를 4년 80억 원에, 베테랑 김현수를 3년 총액 50억 원에 계약시키는 등 화려한 실적을 자랑한다. 과거 양의지, 이재원 등 다수의 스타 선수들을 대형 계약으로 이끈 경험은 리코의 협상력을 입증한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은 선수 몸값을 과도하게 부풀리고 언론을 이용해 시장을 교란한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구단들은 리코가 A급 선수들을 독식하며 정보의 비대칭을 심화시키고, 제한된 예산으로 협상에 임하는 구단들을 불리한 위치에 놓는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불만은 KBO 윈터미팅에서 에이전트 제도 정비 논의로 이어졌으며, 구단들은 리코 길들이기에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리코를 향한 비난이 '마녀사냥'에 가깝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에이전트 선택은 선수의 자유이며, 리코가 편법으로 규정을 피해왔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규정 자체가 선수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경쟁 에이전트들보다 팬과 구단들이 리코 비판에 앞장서는 점을 특이하게 지적하며, 이는 구단들이 협상에서 겪는 어려움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국 에이전트 업계의 미성숙과 과거 사기 에이전트들의 피해 사례는 선수들이 리코와 같은 검증된 에이전시로 쏠리는 현상을 심화시킨다.

 

리코스포츠의 성장 과정에는 불법이나 반칙 없이 철저한 준비와 시장 분석, 깔끔한 일 처리가 있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예랑 대표는 선수들을 위해 구단과 협상하는 것이 에이전트의 역할이며, 비난은 선수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줬다는 방증일 수 있다고 의연한 입장을 밝혔다.

 

결론적으로 리코를 둘러싼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은 KBO와 구단들이 에이전트 제도를 합리적으로 정비하지 못한 데 있다. 게임의 룰을 정비하고 에이전트 시장을 활성화하여 선수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 특정 업체를 비난하는 것보다 생산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 알파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