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진 기자
magicbullet@alphabiz.co.kr | 2025-07-01 09:14:53
[알파경제=이형진 기자]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헌법 요건에 맞는 새로운 계엄 선포문이 작성됐다가 폐기된 정황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전날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비상계엄 관련 사후 문서 작성 경위를 조사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앞서 강 전 실장이 작년 12월 5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통화한 사실을 파악하고 올해 2월 강 전 실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바 있다.
강 전 실장은 한 전 총리와 통화하기 전 김주현 전 민정수석으로부터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해야 하는데 비상계엄 관련 문서가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헌법 82조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하고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 통고를 문서로 하지 않았다.
헌법 조항을 확인한 강 전 실장은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의 서명이 포함된 비상계엄 선포 문건을 사후에 작성할 목적으로 한 전 총리에게 연락을 취했다.
강 전 실장이 새롭게 작성한 문건에는 "2024년 12월 3일 22시 부로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내용과 함께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 서명란이 마련됐다.
이는 12·3 비상계엄 선포 당일 국무위원들에게 배부된 기존 선포문에는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 서명란이 빠져 있었던 것과 대조된다.
한 전 총리는 강 전 실장이 작성한 새 문건에 서명했지만, 며칠 후 "사후 문건을 만들었다는 게 알려지면 또 다른 논쟁을 낳을 수 있으니 없던 일로 하자"고 요청했다.
강 전 실장이 이 같은 내용을 보고하자 윤 전 대통령도 "사후에 하는 게 무슨 잘못이냐"라고 하면서도 한 전 총리의 뜻대로 하라고 지시해 해당 문건은 결국 폐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전날 강 전 실장 소환 조사에서 당시 김 전 수석, 한 전 총리와 전화를 주고받은 상황과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직전에 연 국무회의 회의록 초안을 작성한 과정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비상계엄 계획이 실패한 후 윤 전 대통령 측이 계엄 선포의 위법성에 대한 추궁과 처벌을 피하기 위해 뒤늦게 사후 문서 작업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을 다시 소환해 계엄 관련 국무회의 과정을 거듭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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