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깜깜이' 핑계 대는 기업들, 주주 보호 의무 앞에 예외는 없다

김종효 선임기자

kei1000@alphabiz.co.kr | 2026-04-18 09:18:10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김종효 선임기자] ​한국거래소가 내놓은 중복상장 심사 가이드라인을 두고 시장이 벌써부터 시끄럽다. 기준이 모호하다느니, 깜깜이 심사가 우려된다느니 하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특히 기업들은 '명확한 수치를 달라'며 당국의 눈치만 살피는 모양새다. 참으로 비겁하고 후안무치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재벌 대기업들이 자행해온 쪼개기 상장은 어떠했는가. 알짜 사업부만 쏙 빼내 별도 법인으로 상장시키며 모회사 주주들의 뒤통수를 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소액 주주들의 눈물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배를 불리는 행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이었음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사진=연합뉴스)

​이제 와서 심사 기준이 불명확하다며 징징거리는 것은, 규제의 빈틈을 찾아 또다시 꼼수를 부리겠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

"어느 정도 주주 동의를 얻어야 하느냐"라고 묻기 전에 진정성 있게 주주들과 소통하고 합당한 보상안을 마련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게 순서다.

​당국 역시 단호해야 한다. 기업들이 가이드라인을 가이드 삼아 규제를 피할 궁리만 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원칙은 단순하고 명료해야 한다.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상장은 불허한다. 이 지엄한 원칙 앞에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

​기업들은 명심하라. 중복상장은 결코 소액 주주를 위한 결정이었던 적이 없다.

오로지 대주주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다. 기준이 모호하다고 탓하기 전에, 기업 스스로가 당당해질 수 있는 지배구조를 갖추는 것이 먼저다.

​정부와 거래소는 여론에 휘둘리지 말고 규정대로 집행하라. 기업이 꼼수를 쓰면 당국은 원칙으로 응수해야 한다.

더 이상의 깜깜이 타령은 주주 권익 보호라는 시대적 흐름 앞에서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기업의 억지 비판에 흔들릴 이유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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