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무단 재위탁 몰랐어도…법원 "원청 한전, 사망사고 책임져야"

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6-06-12 09:09:48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공사 본사 사옥.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 = 이준현 기자] 발주처가 알지 못하는 사이 하청업체가 무단으로 작업을 재위탁했더라도 원청의 안전 확인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단이 확정됐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은 송전 공사 현장에서 감전으로 숨진 하청 노동자 유족이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한전 측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판결은 최종 확정됐다.

사고는 지난 2021년 한전 여주지사가 발주한 신규 송전 작업 현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한전의 전력 공급 요청을 받은 배전공사업체가 원청에 통보하지 않은 채 개폐기 투입 작업을 다른 협력업체로 다시 넘겼다. 이 과정에서 재하청 업체 소속 노동자 A씨는 전신주에 혼자 올라가 작업하던 중 고압 전류에 감전돼 숨졌다.

수사 결과 현장에서는 작업에 앞서 작성돼야 할 작업계획서가 없었고, 2인 1조 작업 원칙도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 안전 감독 의무를 지닌 한전 직원이 있었음에도 별도의 안전 확인 절차는 이뤄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배전 업무가 한전의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고 한전을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전이 무단 재위탁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한 데 대해, 예정과 다른 노동자가 현장에 투입되는 상황 역시 원청이 걸러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단 재위탁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원청의 안전 확인 의무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취지다.

한전은 1·2심 판결 이후 상고를 포기했다.

한전 관계자는 "손해배상 지급을 위한 최소한의 절차로 1·2심을 진행했으나, 법리적으로 더 이상 상고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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