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숙 기자
parkns@alphabiz.co.kr | 2025-10-01 08:00:32
[알파경제=박남숙 기자]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9월 30일 자정까지의 데드라인이 임박했다. 한국시간으로 10월 1일 오후 1시 전까지 협상 실패시 정부는 셧다운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 및 민주당의 의지를 고려하면 셧다운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라는 평가다.
셧다운 발생 시 고용보고서 등 주요 경제지표 일정도 지연되며 현재 금리 인하 기대감을 바탕으로 한 증시 랠리에 불확실성을 부여할 가능성이 있다.
◇ 美 연방정부 셧다운 가능성 70%..장기화 가능성은 낮아
삼성증권에 따르면, 매년 새 회계 연도가 시작하는 10월 1일 전 즉, 9월 30일까지 의회는 국방, 사회보장, 건강보험, 교육 등 12개 분야에 대한 1년 지출 예산과 계획이 담긴 세출예산안을 모두 통과시켜야 한다.
만약 기한 내 지출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국방, 비상 의료 서비스 등 필수 기능을 제외한 정부 운영이 중지되는 ‘셧다운’이 발생한다. 새 지출이 불가능해지고 공무원 월급 등을 지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뤄야 할 예산 범위가 워낙 다양하고, 정당별 입장 차이도 있어 기한 내 합의된 사례를 오히려 꼽을 정도이다. 때문에 보통 단기 임시 예산안을 연장하거나 중요 지출안을 따로 분리해서 먼저 통과시키는 방식 등을 사용한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예산안을 둘러싸고 의회가 충돌하고 있다. 이번 상원에서 부결된 예산안도 7주 연장하는 임시안으로, 공화당은 지출 동결을 추진하는 반면 민주당은 올해 말로 만료 예정인 오바마 케어(ACA) 관련 연장 및 OBBBA에서 축소한 메디케이드 지출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상원 공화당 의원 2명도 이번 예산안 통과에 비협조적이다.
셧다운 시한이 임박하자 트럼프는 자신의 정책 과제에 맞지 않는 순서대로 관련 기관 공무원을 해고하겠다고 경고하며 협상 타결을 압박 중이다.
지난 50년간 미국 연방 정부 셧다운은 총 21번 발생했고, 이중 최장기간을 기록했던 사례가 바로 트럼프이다.
35일간 셧다운이 지속되는 동안 2019년 연간, 1분기 GDP 전망은 각각 -0.07%pt, -0.32%pt 하향 조정되었다.
결국 트럼프는 문제가 되었던 멕시코 건설을 별도 건으로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임시 예산안을 승인하며 백기를 들었다.
KB증권에 따르면, 폴리마켓은 10월 1일에 연방정부가 셧다운될 확률을 70% 후반으로 잡고 있다.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이므로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인식, 대규모 지출 삭감을 단행한 OBBBA에 대한 부정 평가, 그리고 공화당 강경파의 강경한 입장 때문에 셧다운이 된다면 트럼프-공화당 정부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는 여론이 형성돼 있다.
모닝컨설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셧다운이 발생하면 공화당에게 책임이 있다는 응답비율이 45%, 민주당 책임이라는 응답비율 32%에 비해 높았다.
특히, 공화당 지지층에서 공화당의 책임이라는 응답비율이 33%로, 민주당 지지층에서 민주당의 책임이라는 응답비율 22%에 비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무당파 응답자 중에서는 41%가 공화당 책임이라고 답해서, 민주당 24%에 비해 높았다.
민주당이 경쟁력 있는 대선 후보를 찾지 못하고 있지만, 내년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 지위를 다시 가져올 거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 지위를 뺏겼던 1기 때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예산안 주도권을 쥔 하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민주당에 넘겨준 이후에 트럼프 대통령은 예산 갈등을 겪었고, 중간선거 이후인 2018년 말부터 2019년 초까지 최장 기간 연방정부가 폐쇄됐다.
트럼프 1기 정부 후반부에 의회 권력을 장악하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추진력은 급격하게 약화된 바 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중간선거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을 트럼프 대통령은 ACA 세액
공제 1년 연장 같은 임시 조치에 합의하면서 셧다운을 피하거나 장기화되지 않도록 할 전망"이라고 판단했다.
◇ 증시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
박혜란 삼성증권 연구원은 "강경한 민주당 입장, 특히 공화당 내부의 비협조를 고려할 때 정부 셧다운이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그러나 과거 셧다운에 따른 주식시장 영향은 대부분 소폭 하락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경우는 지난 2018년 말처럼 셧다운이 장기화되어 경기 우려가 커질 때인데, 장기화될 수록 내년 중간선거에서 이겨야 하는 트럼프와 공화당의 정치적 부담은 더욱 크다.
따라서 극한의 충돌 위험보다 원만한 합의 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판단이다.
박혜란 연구원은 "다만, 시간을 버는 수준의 임시안 처리가 예상됨에 따라 향후 예산안 관련한 노이즈는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 정부의 셧다운 불확실성이 낮아지면 상승세가 집중됐던 AI 관련주가 일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하락 추세로의 전환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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