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효 선임기자
kei1000@alphabiz.co.kr | 2026-05-19 09:12:07
[알파경제=김종효 선임기자] 대한민국 건설의 맏형 현대건설의 뼈대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과거 중동의 모래바람을 뚫고 경부고속도로를 개척했던 불도저 같은 ‘기술의 현대’는 온데간데없다.
그 자리엔 철근 빠진 텅 빈 기둥과 얄팍한 정치적 셈법 그리고 책임 회피를 위한 늑장 보고만 흉측하게 남았다. 작금의 사태는 단순한 현장 관리 부실을 넘어 현대자동차그룹 전체의 신뢰도를 갉아먹고 내부통제 시스템을 비웃는 중대한 모럴 해저드다.
◇ 윤석열 정부 국책사업, 도대체 뭘 얼마나 해먹으려 했나
시장의 가장 뼈아픈 지적은 현대건설이 본연의 경쟁력인 기술력을 버리고 ‘정치권 줄대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굵직한 논란의 중심에는 어김없이 현대건설의 이름이 어른거렸다.
대통령 관사 리모델링 공사를 둘러싼 각종 구설수와 억측에 직간접적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며 ‘정권 밀착형 기업’이라는 따가운 눈초리를 자초하더니, 단군 이래 최대 지역 숙원사업인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 공사에서는 그 얄팍한 민낯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윤 정부의 정책적 비호 아래 대형 컨소시엄을 독식하며 사실상 수의계약 수준의 땅짚고 헤엄치기식 수주를 노렸다는 비판이 팽배했다. 국가적 인프라 사업을 볼모로 잡고 무혈입성을 시도하다가 정작 공사 난이도와 수익성 등 주판알이 맞지 않자 돌연 입찰을 파행으로 몰고 가며 현장에서 도망쳤다.
권력의 눈치를 보며 알짜배기 국책사업만 골라 빼먹으려다 상황이 불리해지자 국가 사업의 근간마저 흔들어버린 무책임의 극치다.
◇ ‘순살 시공’과 5개월의 침묵… 썩어문드러진 내부통제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사이 정작 챙겨야 할 현장의 뼈대는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삼성역 구간 지하 5층 승강장 기둥 80개에서 무려 178t의 주철근이 빠진 사태는 대한민국 1등 건설사의 기술력이 동네 중소업체 수준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주는 참사다.
설계 도면조차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해명은 참담함을 넘어 분노를 자아낸다.
더욱 심각한 것은 문제를 덮으려 했던 붕괴된 내부통제 시스템이다. 현대건설은 자체 점검으로 문제를 발견하고도 국토교통부에 보고되기까지 무려 5개월을 끌었다.
시민의 생명이 달린 치명적인 안전 결함을 인지하고도 발주처 뒤에 숨어 시간을 끈 셈이다. 위기 상황을 투명하게 보고하고 즉각 대처해야 할 컴플라이언스와 내부 감시망이 완전히 작동을 멈췄다는 명백한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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