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계 거목 이광환 별세

'신바람 야구' 창시자, 폐 질환으로 77세 일기로 타계

박병성 기자

star@alphabiz.co.kr | 2025-07-03 09:02:59

(사진 = 연합뉴스)

 

[알파경제=박병성 기자] 이광환 전 프로야구 감독이 2일 오후 3시 13분 제주도에서 별세했다. 향년 77세. 최근 폐렴 증세로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던 이 전 감독은 지병인 폐 질환으로 투병하다 결국 생을 마감했다.

 

대구 출신의 이 전 감독은 중앙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후 한일은행과 육군 경리단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1977년 모교인 중앙고 감독으로 지도자 경력을 시작했으며, 1982년 한국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의 타격 코치로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1989년 OB 베어스 감독으로 부임한 그는 1992년부터 LG 트윈스 사령탑을 맡아 한국 야구계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1994년에는 LG 트윈스를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으로 이끌며 '신바람 야구'라는 새로운 야구 문화를 정착시켰다.

 

이 전 감독은 선수들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자율 야구'를 도입해 선수들이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연구하고 훈련하도록 했다. 이러한 지도 철학 아래 류지현, 김재현, 서용빈 등 신인 선수들과 한대화, 노찬엽 등 베테랑 선수들이 조화를 이루며 강팀으로 거듭났다.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스와 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의 연수 경험을 바탕으로 선진 야구 시스템을 국내에 도입한 공로도 크다. 특히 메이저리그식 투수 분업 시스템을 KBO리그에 정착시키는 데 기여했다.

 

KBO리그 통산 608승을 기록한 이 전 감독은 LG 트윈스 외에도 한화 이글스와 우리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 등 여러 팀을 지도하며 한국 프로야구 발전에 이바지했다.

 

현장을 떠난 후에도 그의 야구 사랑은 계속됐다. 2010년부터 10년간 서울대학교 야구부에서 학생들을 지도했으며, KBO 육성위원장으로서 국내 야구 저변 확대에 힘썼다. 1995년에는 제주도 서귀포시에 사재를 털어 야구 박물관을 건립하고, 3천여 점의 야구 관련 소장품을 기증하는 등 야구 발전에 헌신했다.

 

이 전 감독은 지난 3월 22일 LG의 2025 시즌 개막전에서 시구를 하며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그의 별세 소식에 LG 트윈스 차명석 단장은 "이광환 감독님은 한국 야구의 선구자로 기억될 것"이라고 애도했다. 서용빈 전력강화 코디네이터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너무 당황스럽고, 한국 야구의 큰 별이 돌아가셔서 너무나 안타깝다"고 전했다.

 

KBO와 프로야구 OB모임인 일구회는 공식 성명을 통해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날 KBO리그 경기가 열린 5개 구장에서는 애국가 제창 후 이 전 감독을 추모하는 묵념이 진행됐다.

 

빈소는 제주 부민장례식장 6분향소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4일 오전 9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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