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최태원의 무리수?...대한상의 '수퍼리치 2400명 탈한국' 자료 조작 논란

검증 없이 인용된 영국발 부실 자료, 여론 호도 수단으로 악용
언론사 집단 오보 사태 초래… 최태원 회장 ‘신뢰의 리더십’ 치명타

김영택 기자

sitory0103@alphabiz.co.kr | 2026-02-06 09:09:51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김영택 기자]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상속세 감세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내놓은 보고서가 ‘조작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고액 자산가들이 과도한 상속세를 피해 한국을 떠나고 있다는 자극적인 수치를 제시했지만, 정작 근거가 된 데이터가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맞지 않는 부실 자료임이 밝혀졌습니다.

경제계 수장인 최태원 회장의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사진=네이버)


◇ ‘상속세 때문에 탈출’ 자극적 프레임, 알고 보니 ‘모래성’

지난 3일 대한상의는 ‘상속세수 전망 분석’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한국의 고액 자산가(금융자산 100만 달러 이상) 2400명이 해외로 이주했으며, 그 주요 원인이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라고 발표했습니다.

이 수치는 즉각 주요 일간지와 방송사를 통해 확산하면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커뮤니티 댓글에는 우리나라 상속세 등 세금이 지나치게 높다는 프레임이 씌워진 겁니다.

하지만, 해당 자료의 출처인 영국 컨설팅업체 ‘헨리 앤 파트너스(Henley & Partners)’ 및 ‘TPA’ 등의 통계는 실질적인 이민국 데이터가 아닌 ‘추정치’에 불과했습니다.

실제 한국 법무부의 출입국 통계나 외교부의 재외국민 이주 신고 현황과는 수천 명의 격차를 보이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대한상의가 의도적으로 입맛에 맞는 데이터만 골라 ‘상속세 공포 마케팅’을 벌였다는 비판이 나온 겁니다.


(사진=대한상의)


◇ 언론의 집단 오보 사태…“대한상의 보도 자제 요청”

이번 사태로 인해 대한상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 적은 국내 주요 언론사들 역시 신뢰도에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대한상의의 공신력을 믿고 보도한 언론사들은 졸지에 ‘왜곡 정보 유포자’가 된 셈입니다.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국가 경제 정책의 중요한 축인 상속세 문제를 다루면서, 기초적인 팩트 체크조차 하지 않은 채 부실 자료를 배포한 것은 명백한 여론 조작 시도"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논란이 커지자 대한상의 측은 부랴부랴 "데이터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지했으며 언론에 정정 요청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왜곡된 정보는 대중에게 각인된 뒤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 최태원 회장 책임론…‘ESG 경영’ 강조하더니 ‘데이터 신뢰’는 뒷전?

이번 사태의 화살은 결국 대한상의 수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향하고 있습니다.

평소 사회적 가치와 투명한 경영(ESG)을 강조해 온 최태원 회장이 정작 본인이 이끄는 경제 단체에서 발생한 심각한 정보 왜곡 사태에는 침묵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상속세 개편이 기업 총수들의 이해관계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사안인 만큼, 객관성이 결여된 보고서를 통해 사익을 대변하려 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기 어렵습니다.

대한상의는 단순한 이익단체가 아닙니다. 정부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국민 경제의 방향을 제시하는 공적인 성격을 가집니다.

이번 ‘2400명 이주 괴담’ 사태는 통계의 오류를 넘어 경제계 수장이 가져야 할 ‘정직과 신뢰’라는 가치에 큰 오점을 남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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