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소연 특파원
wsy0327@alphabiz.co.kr | 2026-03-25 09:22:26
[알파경제=(고베)우소연 특파원]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취임 이후 5개월여 만에 독일을 제외한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연이어 일본을 찾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이 25일 전했다. 이는 동맹국과의 협조 노선을 경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독자적 행보에 대응해, 각국이 일본을 중심으로 횡적 협력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오는 31일 일본을 방문한다. 양국 정상은 중동 및 인도·태평양 지역의 정세를 조율하고 경제 안보 분야의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카이치 정권 출범 이후 G7 정상의 일본 방문은 미국,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이러한 외교적 밀착의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반구 중심의 정책을 고수하며 일방적인 관세 부과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방위비 증액 요구 등으로 G7 내 마찰을 빚고 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 1월 다보스 포럼에서 “대국들이 관세와 금융을 무기로 힘을 행사하기 시작했다”며 중견 국가들의 결속을 촉구한 바 있다.
유럽과 캐나다에게 일본은 미국과의 가교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수평적 협력 파트너다. 자유, 민주주의, 법치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일본은 이들에게 전략적 요충지다. 실제로 지난 19일 일본과 G7 6개국 정상은 호르무즈 해협 안정에 관한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미국의 입장에 부합하는 공동 대응 기조를 확인했다.
중국에 대한 견제 또한 일본 외교의 핵심 동기다. 유럽 주요국들은 중국과의 경제적 연계가 깊어지는 동시에, 중국의 패권주의적 행보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아시아의 민주주의 국가인 일본과의 공조를 통해 대중국 균형을 맞추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 등은 중국 방문 직후 일본을 찾는 일정을 소화했으며,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역시 중국 방문 전후로 다카이치 총리와 두 차례 전화 협의를 진행했다.
실무적 협력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각국은 인공지능(AI), 사이버 방위, 핵심 광물 공급망 강화 등 경제 안보 분야에서 일본과의 기술적 결합을 서두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G7을 넘어 아시아 지역으로도 확장되는 추세다. 이재명 한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일본을 방문했으며,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정상 또한 일본을 찾아 다카이치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제안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 전략을 계승·발전시키며 아시아 동지국들과의 협력을 심화하고 있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의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다카이치 총리에게 정상 외교는 일본의 입장을 국제사회에 설명하는 중요한 창구가 되고 있다고 니케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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