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신협·수협 비조합원 대출 214조 돌파…지역 서민금융 취지 '무색'

김교식 기자

ntaro@alphabiz.co.kr | 2025-11-12 09:02:11

(사진=농협중앙회)

 

[알파경제=김교식 기자] 농협·신협·수협 등 상호금융권이 지역 조합원을 위한 '서민 금융'이라는 본령을 잊고 외부인 대상 영업에 치중하면서 비조합원 대출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대출의 70% 이상이 조합원이 아닌 이들에게 실행된 것으로 나타나, 지역 조합원을 위한 서민금융기관이라는 설립 취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농협·신협·수협 단위 조합의 비조합원 대출 잔액은 214조52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5%(11조700억원) 증가한 수치로, 금융당국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전체 여신(498조8500억원)에서 비조합원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0.9%까지 치솟았다.

영업 구역 내에 주소만 두면 자격을 주는 '준조합원'까지 포함할 경우 쏠림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준조합원과 비조합원 대출을 합산한 규모는 371조4900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71.1%에 달했다. 상호금융을 이용하는 차주 10명 중 7명 이상이 사실상 일반 고객이거나 '무늬만 조합원'인 셈이다.

반면 실제 농·어업 등에 종사하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대출은 151조3200억원에 그쳤다. 전체 대출 내 비중은 28.9%로, 1년 전보다 1.2%포인트 더 축소됐다.

이 같은 외형 확장은 상호금융권이 본업인 지역 조합원 지원보다 수익성이 높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비조합원 대상 영업에 집중한 결과로 풀이된다.

비조합원 위주의 영업 관행은 건전성 악화로 직결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관련 대출의 부실이 현실화하면서 연체율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상호금융권(새마을금고 제외)의 평균 대출 연체율은 5.70%를 기록했다. 업권별로는 신협의 연체율이 8.35%로 가장 높았고, 수협 7.82%, 농협 4.70%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협의 경우 연체율이 16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2년부터 상호금융권의 비조합원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등 규제 강화에 나섰으나,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연말까지 상호금융권의 평균 연체율을 4%대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부실채권 정리 등 관리·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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