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소연 특파원
wsy0327@alphabiz.co.kr | 2025-06-23 09:54:45
[알파경제=(고베) 우소연 특파원] 일본내 자국은행들의 디지털 기술 투자가 2025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 총액은 사상 처음으로 1조 엔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5년 전의 약 2배에 달하는 수치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3일 전했다.
금융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이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면서, 일본 은행들은 소프트웨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금세탁 방지(AML) 및 사이버 범죄 대응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디지털 투자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는 금융기관 재편의 촉매제가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행의 전국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단칸)에 따르면, 2025년도(2026년 3월 결산 기준) 은행권의 소프트웨어 투자액은 전년 대비 11% 증가한 1조 200억 엔으로 예상된다.
이는 5년 전인 2020년도에 비해 90%나 증가한 수치다. 2020년도까지 5년간 12% 감소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최근 디지털 기술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FG), 미쓰이스미토모FG, 미즈호FG 등 주요 은행들의 소프트웨어 투자액은 2025년 3월 결산 기준 전년 대비 7% 증가한 총 8,285억 엔(연결 현금흐름 기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미쓰이스미토모FG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이 회사의 투자액은 2,560억 엔으로, 지난 10년간 약 1,100억 엔 증가하며 3사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쓰이스미토모FG는 개인 금융 서비스 'Olive'를 2023년 출시한 이후 기능 확충 등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2024년 5월에는 중소기업 경영자 등 법인을 위한 디지털 서비스도 시작했다.
3개년 중기 경영 계획에 따라 소프트웨어 투자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1,500억 엔 늘린 8,000억 엔으로 확대하며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지방은행들은 인력 부족 해소를 위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시즈오카FG는 향후 3년간 300억~400억 엔을 사내 업무 디지털 전환(DX) 등에 투자할 예정이다.
대형 은행과 지방은행 모두 디지털 기술 활용이 생존과 직결된다는 판단하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자금세탁 방지(AML) 등 사이버 범죄 대응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2021년 일본의 자금세탁 방지 시스템 심사 결과, 사실상 불합격에 해당하는 '중점 후속 국가'로 지정했다.
2028년으로 예정된 차기 심사에 대비하여 금융청은 각 은행에 추가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한 지방은행 간부는 "자금세탁 방지 대책 비용이 디지털 투자액의 약 10%를 차지한다"며 "거래 감지 시스템 갱신 등으로 투자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지방은행 대상 자금세탁 방지 소프트웨어 기업인 SCSK는 인공지능(AI) 기반 부정 거래 감지 시스템을 출시했다.
이미 일부 은행이 해당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SCSK는 "기존 시스템 갱신 시점에 맞춰 1~2년 안에 도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 업무 시스템을 표적으로 하는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응도 시급한 과제다. 특히 경영 규모가 작은 지방은행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비용 절감을 위해 공동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증가하는 디지털 투자는 금융기관 재편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치바은행, 제4호쿠에쓰은행, 중국은행, 호쿠요은행 등 4개 은행은 노무라종합연구소와 공동으로 자금세탁 방지 대책 기업을 설립했다.
이들은 의심스러운 거래를 자동으로 탐지하는 시스템 등을 공동 개발할 예정이다. 도호은행 등 다른 지방은행에도 참여를 제안하여 참여 은행 수를 1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해외 은행들도 디지털 전환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디지털 투자액은 2조 엔 규모로, 이는 일본내 주요 은행 전체 투자액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조사 기관에 따르면 JP모건을 비롯한 미국 및 유럽 은행들은 AI 관련 특허 출원 수 등에서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일본 은행들은 대출 금리 상승으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지만, 차세대 성장을 위해서는 디지털 투자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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