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효 기자
kei1000@alphabiz.co.kr | 2023-05-13 08:30:49
[알파경제=김종효 기자] 하나은행이 24원짜리 페이퍼컴퍼니에 수천억원을 이해할 수 없는 과정 속에 대출해 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13일 인공지능 공시분석프로그램 <타키온>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2021년 12월 22일 자본금 24원 짜리 페이퍼컴퍼니 PGH(Project Gurdain Holdings)에 2150억원을 담보 대출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특이하게도 자본금 24원의 PGH가 하나은행에 담보도 잡힌 물건은 일감몰아주기 회피용으로 매각을 기다리던 정의선-정몽구 부자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10%였다는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한치호 NBNtv 수석전문위원은 “얼핏 LBO로 보이지만, 하나은행이 이런 무모한 거래를 수용할 리 없다”면서 “누군가 믿을만한 보증을 서지 않았다면 이뤄질 수도, 이뤄져서도 안 되는 희한한 담보대출이 실행된 것은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LBO는 사들이려는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회사에서 빌린 자금을 이용해 해당 기업을 인수하는 M&A기법이다.
재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기아차의 자동차 운송·탁송을 전담하는 매출 보장된 알짜배기 회사여서, 지분을 시장에 내놓기만 하면 인수 주체가 넘칠 정도라 LBO 거래는 애초 성립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과정 속 PGH는 갖고 있지도 않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10%를 담보로 잡히고 받은 하나은행 담보대출금 2150억원을 보태, 총 6112억5000만원억원의 매각 대금을 지불하고 2022년 1월 7일 현대글로비스 지분 10% 인수에 성공한다.
전대규 전대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사실상 매각 주체인 정의선-정몽구 부자가 담보까지 주선 해주면서 페이퍼컴퍼니에 인수대금 마련을 도와준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상황”이라면서 “해당 주식 거래는 일감몰아주기 완전 해소를 위한 지분 매각보다는 페이퍼컴퍼니를 앞세운 일종의 파킹계약의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분석했다.
하나은행의 거액담보 대출 사건이 뒤늦게 밝혀짐에 따라, 파킹계약을 의심받는데도 불구하고 정의선-정몽구 부자는 굳이 24원짜리 페이퍼컴퍼니를 선택한 이유에 의혹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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