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주요은행, 스타트업 대상 '벤처 데트' 자금조달 확산

우소연 특파원

wsy0327@alphabiz.co.kr | 2025-11-10 10:01:45

(사진=도카이도교 파이낸셜홀딩스)

 

[알파경제=(고베) 우소연 특파원]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융자형 자금조달 수단 ‘벤처 데트(Venture Debt)’가 일본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도카이도쿄 파이낸셜홀딩스(8616 JP)가 본격 진입한 것을 비롯해, 미즈호은행(8411 JP)·리소나은행 등 주요 은행과 지방은행이 앞다투어 시장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0일 전했다.


주식 발행과 IPO 중심이던 일본 스타트업의 자금조달 구조가 ‘융자 병행형’으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영국 조사기관 프레킨(Preqin)에 따르면, 2024년 벤처 데트 신규 공급액은 전년 대비 7배 증가한 4억6900만 달러(약 700억 엔)에 달했다. 

 

확대 배경에는 벤처캐피털(VC)의 투자 위축이 있다.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부풀려진 스타트업 투자에서 회수(Exit)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었고, 도쿄증권거래소의 성장시장 상장 유지 기준 강화도 IPO 시장 위축을 불러왔다.

이에 따라 주식 희석 없이 자금조달이 가능한 ‘벤처 데트’가 대안으로 부상했다.

도카이도쿄FH는 산하 도카이도쿄인베스트먼트를 통해 SDF캐피탈(도쿄 시나가와)에 출자, 지분 33.5%를 취득해 관계회사로 편입했다. 증권사가 벤처 데트 펀드를 직접 그룹화한 것은 일본자국내 최초다.

SDF캐피탈은 10년 이상 업계 경험을 지닌 심사 담당자들이 스타트업을 평가하며, ‘미들 스테이지’ 기업에는 최단 2주 내 융자 승인이 가능하다. 

 

일반 벤처 데트는 통상 3개월이 걸린다. 이 회사는 2026년 200억 엔 규모의 2호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도카이도쿄인베스트먼트의 오치아이 유스케 사장은 “IPO 지원뿐 아니라 자금조달 전 과정을 일관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은 핀테크 스타트업 UPSIDER(업사이더)를 자회사화하고, 143억 엔 규모의 신펀드를 7월에 출범시켰다. 

 

리소나은행은 2028년도까지 1,000억 엔 규모의 대출 실행 계획을 발표했다. 시즈오카은행도 같은 해까지 벤처 데트 잔액 1,000억 엔을 목표로 한다.

지방은행의 진입 확대는 지역 스타트업 육성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벤처 데트는 신주예약권을 부여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을 줄이면서도,부동산 담보 없이도 적자 기업이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특히 연구개발 기간이 긴 딥테크(Deep Tech) 기업이나, 실적이 불안정한 기업도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을 피하면서 성장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일본 스타트업 자금조달에서 벤처 데트 비중은 아직 한 자릿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경제산업성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이미 약 15%를 차지한다. 

 

미국 중소은행의 경우 대출금의 10~15%가 벤처 데트로 구성되며, 실리콘밸리은행(SVB)은 이 부문 확대 중 보유채권 손실과 예금 유출로 2023년 경영 파탄을 맞았다.

일본 금융청은 이를 교훈 삼아, 심사 체계 강화와 전문 인재 확보를 금융권에 주문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자금 사용 용도나 재무제한조항(코베넌츠)을 둘러싼 대출자–차입자 간 인식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벤처 데트 초기부터 시장을 이끌어온 아오조라은행(8304 JP) 산하 ‘아오조라 기업투자’의 쿠보 아키시 사장은 “이제는 양측이 조건을 조율하고 상호 이해를 깊게 해야 하는 단계”라고 강조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벤처 데트는 ‘리스크와 성장’을 함께 품은 시장이며 일본 금융권은 지금, 그 새로운 성장 엔진의 시험대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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