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소연 특파원
wsy0327@alphabiz.co.kr | 2026-06-15 12:14:08
[알파경제=(고베)우소연 특파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약가 인하 정책이 일본의 신약 시장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에 의하면 해외 제약사들은 미국 내 약가를 다른 선진국 최저 수준에 맞추는 정책이 일본의 낮은 약가와 맞물리면 글로벌 수익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파스칼 솔리오 최고경영자(CEO)는 니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낮은 가격을 받아들이면 제약사들이 최대 수익 시장인 미국에서도 가격 인하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등 미국 외 시장에서 저가로 판매하면 전 세계 매출에 영향을 미친다며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것은 협박이 아니라 논리라고 밝혔다.
논란의 핵심은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최혜국 대우(MFN) 약가 제도다.
이 제도는 미국 의약품 가격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다른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에 맞추도록 하는 방식이다.
일본 역시 기준 국가 중 하나로 포함돼 있어, 일본 약값이 미국 가격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이미 1월부터 저소득층 대상 공공보험 메디케이드에 자율형 MFN을 도입했다.
이어 10월부터는 고령자 대상 보험 메디케어에서 의료기관 투여용 일부 의약품을 대상으로 강제 참여형 모델인 ‘GLOBE 모델’을 시행할 계획이다.
대상에는 암, 면역질환, 신경질환, 안과 질환 관련 약 가운데 연간 총지출액이 1억 달러를 넘는 품목이 포함된다.
일본의 약가는 미국보다 낮다.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조정하면 일본의 약가 중앙값은 미국보다 약 30%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인 반면 일본은 약 4%에 그친다.
해외 제약사들은 이런 구조 때문에 일본 시장 진입을 늦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승인된 일라이 릴리의 경구 유방암 치료제 ‘임루리오’와 지난 2월 승인된 노보노르디스크의 당뇨병 치료제는 아직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원칙적으로 승인 후 60일 이내, 늦어도 90일 이내에 보험 적용 여부와 가격이 정해져야 하지만 일정이 밀리고 있는 셈이다.
일라이 릴리 일본 법인의 시모네 톰센 사장은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 규제 당국과의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라이 릴리의 데이비드 릭스 회장 겸 CEO도 최근 일본 방문 당시 암 치료제는 국가별 가격 차이가 크고, 일본과 같은 국가는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 LEK 컨설팅에 따르면 2026년 3월 말 기준으로 일본에서 승인됐지만 아직 약 가격이 정해지지 않은 신약 비율은 14%로, 지난 10년 사이 최고 수준이었다.
LEK 컨설팅 도쿄 사무소 대표 패트릭 브랜치 씨는 기업들이 정부와의 가격 협상을 더 길게 끌고 있으며, 해외 가격 책정 결과를 기다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도쿄 시부야 소재 크레콘 리서치&컨설팅은 MFN 영향으로 일본 내 신약 출시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올해 의약품 도매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연평균 2.3%에서 1.8%로 낮췄다.
키무라 사장은 연말부터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해 본격적인 변화는 2027회계연도 이후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일본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국내 제약사들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한 국내 대형 제약사 최고경영자는 MFN이 시행되면 일본에서 판매를 자제할 의약품 목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이에산쿄(4568 JP)의 오쿠자와 히로유키 사장은 신약 출시 시점과 시장 우선순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각사가 공감하고 있다며 정부와 건설적인 대화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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