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식 기자
ntaro@alphabiz.co.kr | 2025-05-23 08:56:02
[알파경제=김교식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시중은행 6곳을 직접 찾아 행장들과 개별 면담하며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사업 참여를 요청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총재는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3일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6개 은행장들을 차례로 방문해 30여분씩 면담을 가졌다.
20일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을 시작으로 21일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김성태 기업은행장을 만났고, 22일에는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을 차례로 찾았다.
이 총재는 면담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되는 '프로젝트 아고라'에 각 은행이 적극 참여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젝트 아고라는 기관용 CBDC와 시중은행의 토큰화된 예금을 활용해 국가간 지급결제 시스템 개선 가능성을 모색하는 국제 협력 사업이다.
한은이 국제결제은행(BIS), 미국·영국·일본·프랑스·스위스·멕시코 중앙은행, 국제금융협회(IIF)와 함께 추진하는 이 사업에는 국내 6개 은행과 해외 37개 금융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이 총재는 프로젝트가 BIS 목표대로 활성화되면 일선 은행들도 환거래 등 업무에서 운영비용 절감과 법률 부담 완화 등의 이점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전해졌다.
또한 한은이 별도로 추진하는 '프로젝트 한강'에 대한 관심도 당부했다.
프로젝트 한강은 은행 예금을 CBDC와 연계된 토큰으로 변환한 뒤 실생활에서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는 실험으로, 지난달 약 10만명을 목표로 참가자를 모집해 현재 실험 중이다.
이 총재는 특히 행장들에게 한은이 프로젝트 한강에 필요한 비용의 3분의 1 이상을 부담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에서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문제도 논의됐다.
이 총재는 스테이블코인이 무분별하게 발행되면 금융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고, 행장들은 코인 발행 후 자금세탁 위험과 금융제재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최근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컨소시엄 형태로 공동 발행하는 방안을 실무 단위에서 검토하고 있으며, 한은은 코인 발행이 법적으로 허용될 경우 발행 인가부터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이번 개별 소통을 바탕으로 26일 오후 6개 은행 행장들과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한국을 방문하는 티모시 애덤스 IIF 사장이 참석해 프로젝트 아고라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글로벌 금융 현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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