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OP, 세계 시장 본격 도약… 스트리밍이 만든 10억회 히트

우소연 특파원

wsy0327@alphabiz.co.kr | 2025-11-24 09:40:36

(사진=레코딩 아카데미)

 

[알파경제=(고베) 우소연 특파원] J-POP이 세계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도약하고 있다. 

 

좋아하는 음악을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보급으로, 재생 수 10억 회를 넘는 곡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근 히트곡들은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보컬로이드(음성 합성 기술)와의 친화성이 높은 것이 많으며, 독창적인 세계관에 매료된 해외 SNS 이용자들의 자발적 확산을 통해 인기가 더욱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4일 전했다.


올해 초, 그래미상을 주최하는 레코딩 아카데미는 “2025년은 J-POP이 세계적으로 부상하는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 그 예측은 확신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2년간 해외에서 가장 많이 들린 J-POP은 힙합 듀오 Creepy Nuts의 ‘Bling-Bang-Bang-Born’으로, 누적 재생 수는 17억 회에 육박한다. 

 

유튜브 댓글에는 영어와 스페인어가 빼곡하며, 2024년 1월 디지털 공개 이후 전 세계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꾸준히 인기를 모았다. 

 

독특한 비트와 주문처럼 반복되는 랩 가사가 중독성을 불러일으킨 것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다.

세계 음악 시장은 2000년대 이후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으로 판도가 크게 바뀌었다. 

 

국제 레코드 산업 연맹(IFPI)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스트리밍은 세계 음악 소비의 약 70%를 차지하며 CD와 레코드를 크게 앞질렀다. 

 

그동안 스트리밍 공개에 소극적이던 일본 아티스트들도 점차 개방에 나섰고, 2020년 코로나로 인한 ‘집콕 수요’가 더해지며 해외 청취 기회가 급증했다. 

 

최근 2년간의 데이터에서는 이제 막 글로벌 보급을 시작한 J-POP의 흐름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Spotify 재팬의 아시자와 노리코 총괄은 “라틴 음악과 K-POP의 세계적 유행으로, 일본어 음악에도 언어 장벽이 낮아졌다”고 분석하며, 현재 J-POP 히트의 공통 요소로 애니메이션, 보카로 출신 아티스트, SNS 바이럴의 세 가지 키워드를 꼽는다.

실제로 상위 곡들은 애니메이션 타이업이 중심이다. ‘Bling-Bang-Bang-Born’은 TV 애니메이션 〈마슐-MASHLE〉의 오프닝, YOASOBI의 ‘아이돌’은 〈오시노코〉의 주제가로 채택되며 작품의 세계관과 높은 친화성 덕분에 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보컬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창작 문화의 영향도 지속되고 있다. 2007년 하츠네 미쿠 열풍 이후, Ayase(YOASOBI), 요네즈 켄시 등 보카로 P 출신 아티스트들이 메이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Ado 역시 보카로 세대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았다. 

 

VOCALOID 그룹의 요시다 마사시 씨는 “보카로는 누구나 평등하게 음악을 발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고, 지방에 있어도 재능이 있다면 세계 팬들에게 발견되는 시대가 됐다”고 말한다.

SNS에서의 자발적 확산도 강력하다. 2022년에는 태국의 TikTok 이용자가 후지이 카제의 ‘죽는 게 좋아’를 올린 것이 계기가 되어, 이 곡이 동남아 전역으로 퍼지며 해외 인기 3위에 올랐다.

이러한 글로벌 확산에는 ‘보이지 않는 조력자’도 존재한다. YOASOBI는 글로벌 유통사 The Orchard 일본 지사의 지원을 받고 있는데, 이들은 각국의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와 연계해 영향력 있는 플레이리스트에 곡을 넣어 해외 팬층 확대를 돕는다. 

 

열정적인 현지 팬들은 SNS를 통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해외 공연에서는 자발적으로 현수막과 번역 가사를 준비해 함께 합창하기도 한다.

국가별 선호도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유럽·미국에서는 힙합 기반의 Creepy Nuts가, 동남아시아 에서는 YOASOBI의 후지이 카제가, 한국·대만에서는 요네즈 켄시가 인기를 얻고 있다.

한편 스트리밍을 통해 마츠바라 미키의 ‘Stay With Me’ 같은 시티팝도 지속적으로 재발견되고 있다.

한신 콘텐츠 링크·빌보드 사업본부 겐자키 세이지 상석 부장은 “스트리밍의 확산은 선진국을 넘어 글로벌 사우스, 중동, 아프리카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며, J-POP이 앞으로 더욱 다양한 지역에서 성장할 가능성을 지적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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