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소연 특파원
wsy0327@alphabiz.co.kr | 2025-09-04 09:12:54
[알파경제=(고베) 우소연 특파원]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의하면 소니그룹이 일본 영화 제작 확대에 본격 나선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서 그간 할리우드 대작 중심 전략을 펼쳐왔지만, 최근 미국 영화 산업 성장 둔화와 일본 영화의 해외 확장 가능성을 고려해 자국 영화 제작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재팬(SPEJ)은 2025년 일본 영화 8편을 제작·배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끝없는 스칼렛, 신도 준조의 나오키상 수상작을 실사화한 보물섬 등이 라인업에 포함됐다.
전략 전환을 주도하는 인물은 2023년 소니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즈 일본 대표로 취임한 가도야 다이스케다. 그는 기무라 타쿠야 주연작 그랑 메종 파리(흥행수입 40억엔 돌파) 등 10편 이상 흥행작을 제작한 경험이 있다.
가도야 대표는 “흥행수입 10억엔 이상을 노릴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성 높은 작품을 선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영화 제작 확대 배경에는 할리우드의 부진이 자리한다. 2024년 일본 내 흥행 상위 10편 가운데 외국 영화는 인사이드 아웃 2와 미니언즈 시리즈 두 편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여파와 인공지능(AI) 활용을 둘러싼 파업으로 공급 작품 수가 줄어든 가운데, 애니메이션 인기 상승이 겹치면서 일본 관객들의 선택이 자국 영화로 쏠린 것이다.
소니의 대표적 성공 사례는 애니플렉스 산하 밀리아곤 스튜디오가 제작에 참여한 국보다. 가부키 명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흥행수입 120억엔을 기록하며 실사 일본 영화 역대 2위에 올랐다.
제작비만 10억엔 이상 투입된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무라타 치에코 프로듀서는 “기술과 자본을 아낌없이 투입하면 세계에 통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영화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영화제작자연맹에 따르면 2024년 일본 영화의 국내 흥행수입은 1,558억엔으로 전년 대비 5% 늘었다.
해외 수출액은 스트리밍 플랫폼 확산에 힘입어 12% 증가한 5억4,000만 달러를 기록,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소니는 히트작을 그룹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로 확산하는 전략도 병행한다. 인기 밴드 HY의 곡을 테마로 한 366일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판권을 그룹 계열사 컬럼비아 픽처스가 확보한 것이 대표적이다.
경쟁사들도 일본 영화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워너브라더스 재팬은 2024년 만화 원작 일하는 세포를 배급해 60억엔 이상의 흥행 수입을 올렸다.
자국 영화 강세는 일본만의 현상이 아니다. 베트남에서는 2024년 영화 Mai가 연간 흥행 1위를 기록하며 자국 영화 최초로 흥행수입 5,000억 동을 돌파했다. GEM 스탠다드 조사에 따르면 태국, 말레이시아 등지에서도 자국 영화가 흥행 상위권에 오르고 있다.
소니그룹 도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닛케이와의 인터뷰에 “밀리아곤 스튜디오 작품 호조에 힘입어 수익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2025년 3월 기준 세그먼트별 투자자본이익률(ROIC)에서 영화 부문은 5.7%로 게임(18.5%)이나 음악(10.5%)에 크게 못 미쳐 지속 성장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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