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5-07-03 08:50:37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이재명 정부가 취임 첫 달인 지난 6월 한 달 동안 한국은행으로부터 17조9000억원 규모의 급전을 빌려 쓴 것으로 드러났다.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의원(국민의힘)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6월 한 달 동안 한은으로부터 17조9000억원을 일시 차입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정부의 누적 대출 잔액은 88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작년 동기(91조6000억원)보다 3조원 줄어든 수치다.
대선 직전인 5월에 대출이 전혀 없었던 점이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대출 잔액 55조원을 모두 상환한 상태였기 때문에, 6월 말 대출 잔액은 새로 빌린 17조9000억원과 동일하다.
한국은행의 대정부 일시 대출 제도는 정부가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 간 시차로 발생하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활용하는 수단이다. 개인이 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필요시 자금을 충당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정부의 한은 일시 차입 활용도가 높아질수록 세출에 비해 세입이 부족해 재원을 임시변통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해왔다.
세수 결손이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할 경우 한은 일시 대출의 상시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둘러싼 여야 공방도 격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지난해 7월 국정감사에서 한은의 대규모 일시 대출을 지적하며 "정부가 돈을 빌려달라고 해서 무조건 빌려줘서는 안 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차입금이 기조적으로 쓰이지 않도록 정부와 논의하고 집행하겠다"고 답변했다.
박성훈 의원은 "윤석열 정부 당시 한은의 일시 대출을 강하게 비판하던 민주당이 정권을 잡자마자 18조원을 꺼내 쓴 것은 무책임하다"며 "이재명 정부가 퍼주기식 확장재정으로 나라 곳간을 거덜내지 않도록 감시하고 견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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