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소연 특파원
wsy0327@alphabiz.co.kr | 2025-12-05 13:35:06
[알파경제=(고베) 우소연 특파원] 일본 철강업계가 3D 프린터 기술을 활용해 제조업 혁신에 나서고 있다.
고베제강소는 복잡한 형상의 기계 부품 제조에 3D 프린터를 도입해 기존 수작업 대비 제조 기간을 최대 80% 단축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5일 전했다.
고베제강의 기술개발본부 기계연구소 야마다 다케시 전문부장은 "개발에 착수한 것은 2014년이었고, 만족스러운 기술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회사는 2024년 그룹 기업 일부 제품에 이 기술을 채용하고, 2027년에는 해외 거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새로운 시스템은 3DCAD 데이터를 입력하면 로봇 암이 자동으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로봇 암 끝부분의 금속 와이어에 레이저를 조사해 금속을 녹이면서 부품을 입체적으로 형성한다.
가동 범위가 넓은 로봇 암 덕분에 무게 최대 600킬로그램, 크기 1미터 정도의 대형 부품 제작이 가능하다.
이는 일반적인 3D 프린터의 제작 한계인 20킬로그램, 30센티미터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제조 효율성도 크게 개선됐다. 당초 한 개 부품 완성에 53일이 소요됐지만, 현재는 17.5일까지 단축했다. 작업자의 주요 업무도 데이터 입력과 로봇 공정 점검으로 변화했다.
고베제강은 향후 타사로부터의 부품 제조 수탁과 외부 시스템 판매도 추진한다. 특히 주요 고객인 조선업계 대형 부품 적용에 주목하고 있다.
회사는 대형 선박용 엔진의 핵심 부품인 크랭크샤프트에서 세계 점유율 40%를 차지하는 등 조선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3D 프린터 도입 배경에는 주조업계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 금속을 녹여 금형에 붓는 주조 작업은 고온에 노출되는 가혹한 노동 환경으로, 숙련공 감소와 젊은 인력 채용 어려움으로 만성적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제품마다 금형을 제작하고 보관하는 비용 부담도 크다.
JFE스틸 그룹의 일본주조도 3D 프린터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타케 요시히로 사장은 "3D 프린터에 주축을 둔다"며 2025년 4월 사내에 '3D 프린터 활용 추진팀'을 출범시켰다고 밝혔다.
일본주조(5609 JP)는 3억 엔을 투자해 2026년 대형기를 신설한다. 새 장비는 기존 대비 조형 가능한 제품 크기를 대폭 확대하고, 금속 용해용 레이저를 1개에서 8개로 늘려 형성 속도를 높인다. '파우더베드 방식' 3D 프린터로는 국내 최대 클래스가 될 예정이다.
우주 부품 제작에 도전하는 기업도 나타났다. 특수동합금 전문업체 야마토합금은 3D 프린터로 로켓 연소실용 부품 개발을 위한 시험을 진행 중이다.
회사는 '구리 크롬 지르코늄 합금'이라는 구리계 특수 합금을 개발해 로켓용 부품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기노 겐지로 야마토합금 사장은 "동합금의 무거운 단점을 3D 프린트 특유의 구조로 극복할 수 있다면, 우주용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회사는 지금까지 히타치제작소(6501 JP), 미쓰비시중공업(7011 JP) 등 400개 이상 기업에 독자 합금 제품을 납품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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