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효 기자
kei1000@alphabiz.co.kr | 2026-03-25 08:53:26
[알파경제=김수현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주임교수] 최근 정부가 중복상장 원칙적 금지 방침을 공식화했다. 자금 조달 길이 막힌 국내 대기업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태도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추어 볼 때 전형적인 기득권 수호이자 엄살에 불과하다.
선진 자본시장의 사례와 비교하면 한국 대기업들의 행태가 얼마나 비정상적이고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 중복상장 규제로 발등에 불 떨어진 대기업들의 민낯
자회사 상장 길이 막히자 꼼수 경영에 의존하던 대기업들은 일제히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LS그룹은 자회사 LS이모빌리티솔루션 상장으로 투자 재원을 확보하려 했다가 소액주주 반발과 정부의 규제 기조에 부딪혀 결국 예비심사를 철회했다.
상장 전 지분투자로 자금을 유치하며 기한 내 상장을 약속했던 만큼 재무적 압박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스스로 감당해야 할 투자 위험을 일반 주주에게 전가하려다 역풍을 맞은 셈이다.
SK그룹의 SK에코플랜트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SK에코플랜트는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고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왔다. 기한 내 상장을 완료해 투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계약을 맺은 상태다.
상장이 지연되면 막대한 수익 보전 책임을 져야 한다. 지주회사의 책임 있는 지원 없이 빚잔치를 벌인 후 그 부담을 공모 시장에 떠넘기려 한 안일한 재무 전략의 한계가 명백히 드러났다.
HD현대는 알짜 사업인 로봇사업부를 물적분할해 HD현대로보틱스를 설립했다. 이는 전형적인 알맹이 빼먹기식 분할 상장 시도였다.
규제 강화로 상장 추진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자체 역량으로 신사업을 키울 치열한 고민 없이 손쉬운 외부 자본 조달에만 매달리던 안일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롯데그룹의 롯데바이오로직스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규모 바이오 공장 설립을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그동안 자회사 상장을 통해 시장에서 손쉽게 자금을 조달하려던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모회사 차원의 유상증자나 책임 있는 투자 결단 대신 공모주 투자자들의 주머니만 노리던 구태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한화그룹의 한화에너지는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사로서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해 있다. 한화에너지가 상장을 추진할 경우 전형적인 옥상옥 구조 확립과 중복상장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오너 일가의 승계 비용이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자본시장을 사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는 엄격히 감시받아야 마땅하다.
CJ그룹은 CJ올리브영의 독자 상장이 어려워지자 지주사인 CJ 주식회사와의 합병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상장 알짜 자회사의 가치를 과도하게 부풀려 합병비율을 지배주주에게 유리하게 산정할 우려가 다분하다.
중복상장이 막히자 또 다른 꼼수를 동원해 비지배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려는 것은 아닌지 시장은 차갑게 주시하고 있다.
*시론_김수현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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