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정 기자
moonsj@alphabiz.co.kr | 2026-05-15 08:48:01
[알파경제=문선정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법인 출범이 올해 말로 공식화됐다.
다사다난했던 기업결합 심사를 모두 마치고 마침내 '메가 캐리어'의 닻을 올렸지만, 축포를 터뜨려야 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표정은 어둡다.
글로벌 10위권 항공사 도약이라는 화려한 타이틀 이면에는 붕괴된 거버넌스와 흔들리는 내부통제, 출혈 합병에 따른 수익성 악화, 그리고 치명적인 고환율 악재까지 조 회장이 뚫고 나가야 할 '5중고(重苦)'가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 국민연금의 날 선 경고장...불안한 경영권 방어
거버넌스 리스크는 곧바로 핵심 주주인 국민연금의 제동으로 이어졌다.
국민연금은 한진칼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감시 의무 소홀 및 보수 한도 과다를 정조준하며 조 회장 측 안건에 연이어 반대표를 던졌다.
단순한 으름장으로 넘길 사안이 아니다. 과거 KGI 등과의 경영권 분쟁 앙금이 여전하고, 막대한 상속세 재원 마련이라는 복잡한 방정식도 아직 풀리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든든한 뒷배였던 KDB산업은행과 국민연금 등 범정부 지분이 거버넌스 훼손을 명분으로 등을 돌릴 경우, 조 회장의 경영권은 언제든 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
◇ 핵심 슬롯 다 내준 출혈 합병…1분기 호실적은 '착시'
사업적으로는 '승자의 저주' 우려를 불식시켜야 하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거대 독점 항공사 탄생을 허락받기 위해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 등 유럽 및 미주 노선의 핵심 슬롯과 알짜 운수권을 경쟁사에 대거 떼어줬고, 아시아나항공의 핵심 캐시카우였던 화물사업부마저 떼어냈다.
최근 1분기 여객 수요 회복으로 흑자를 기록하긴 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를 '반짝 착시'로 경계한다.
조호진 타키온월드 대표이사는 "1분기 호실적은 펜트업(보복 소비) 효과가 반영된 일시적 현상일 뿐, 알짜 노선을 떼어준 구조적 한계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독과점 논란을 의식해 운임 인상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에미레이트항공 등 거대 자본을 앞세운 글로벌 메가 캐리어들과의 경쟁은 갈수록 험난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 고환율 직격탄 덮친 재무 부담…아시아나 빚더미 '시한폭탄'
여기에 거시경제의 악재인 고환율은 대한항공의 멱살을 쥐고 흔드는 뇌관이다.
항공업은 항공유 결제와 항공기 리스료, 외화 빚 이자 등을 모두 달러로 치러야 해 환율이 오를수록 가만히 앉아서 천문학적인 환차손을 입는 구조다.
문제는 고환율 환경 속에서 조 단위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안 그래도 자체 수익성이 악화된 마당에 환율 직격탄까지 맞으면서 통합 법인의 재무건전성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시한폭탄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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