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소연 특파원
wsy0327@alphabiz.co.kr | 2026-04-06 09:17:54
[알파경제=(고베)우소연 특파원] 인구 감소와 운전사 부족으로 일본의 물류망이 고사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일본 정부가 제조·유통 기업 등 ‘화주’를 대상으로 고강도 물류 개혁에 착수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이 6일 전했다. 물류 업계의 노력만으로는 인력난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기업 경영의 핵심 포스트로 ‘물류 통합 관리자(CLO·Chief Logistics Officer)’ 선임을 의무화하는 등 산업계 전체의 체질 개선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4월부터 본격 시행된 ‘물류 효율화법’에 따르면, 연간 화물 취급량이 9만 톤 이상인 대형 화주 기업은 의무적으로 ‘물류 통합 관리자’를 선임해야 한다. CLO는 단순한 현장 관리자를 넘어 임원급 경영진이 맡게 되며, 원자재 구매부터 생산, 판매에 이르는 공급망 전반을 재설계하는 전략적 역할을 수행한다.
CLO의 주된 임무는 트럭 적재율 제고와 하역 대기 시간 단축을 위한 중장기 계획 수립이다.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전환(DX) 투자를 주도해 물류 효율을 극대화함으로써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화주를 압박하는 이유는 이른바 ‘2024년 문제(운전사 잔업 규제 강화)’ 이후에도 인력 부족이 더욱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 추산에 따르면, 오는 2030년 트럭 운송 능력은 수요 대비 최대 25%나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스바루(7270 JP)는 지난해 이미 CLO 직책을 신설했다. 군마현 공장의 전기차(EV) 생산 과정에서 부품사들이 개별 운송하던 방식을 집하 후 장거리 혼합 운송 시스템으로 전환해 효율을 높였다. 닛신식품(2897 JP)은 라이벌 격인 삿포로맥주와 손잡고 공동 운송 네트워크를 구축해 투입 트럭 대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제도적 뒷받침도 강화된다. 지난 1월 시행된 ‘중소 수탁거래 적정화법(취적법)’에 따라 화주 기업의 운송 위탁 행위가 법적 감시 대상에 포함됐다. 물류 업무에 대해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게 함으로써 운전사의 노동 조건을 개선하고 신규 인력 유입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연료비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물류 개혁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경제 구조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물류 위기는 특정 업종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 경제 전체의 존립이 걸린 사안이라며 법적 규제 대응을 넘어 CLO를 중심으로 한 산업계 전체의 네트워크 연계와 혁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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