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3분기까지 가계대출 급증세 지속 가능성…금리인하 신중"

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5-07-01 08:49:5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3분기 말까지 가계대출 급증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1일 한은 등에 따르면 유상대 부총재를 비롯한 집행 간부들은 지난달 27일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같은 우려를 표명했다.

한은 보고는 오전 10시30분부터 1시간30분 동안 진행됐으며, 정부의 대출 규제는 같은 날 오전 8시 관계기관 합동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통해 확정돼 오전 11시30분 발표됐다.

한은은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이 가격 상승세와 거래량 모두 지난해 8월 수준을 넘어서는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가계부채 리스크가 증대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6월 들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2018년 9월 이후 최대 수준을 나타내고 있으며, 거래량도 지난해 최고치를 상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4주 차 서울 강남 3구 아파트의 가격 상승률은 연율 환산 53.7%에 달했다. 추가 가격상승 기대가 높아지면서 이런 주택 가격 오름세가 서울 전역과 수도권 주요 지역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한은은 특히 "향후 가계대출은 이런 주택시장 과열의 영향으로 8∼9월 중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한 달 사이 10조원 가까이 늘며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한 지난해 8월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월간 증가액은 올해 5월 6조원에 이어 6월 이미 7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은 "이런 과열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그동안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흔들릴 우려가 있는 만큼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통 은행이 대출을 신청받으면 실행되기까지 1∼3개월이 소요된다.

이달 초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되더라도 당분간 가파른 가계대출 증가세가 멈추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은은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가 주택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지 않도록 추가 인하 시기 및 속도를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가계부채 리스크에 대한 경계수위가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점에서 '매파적' 성격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부동산으로만 돈이 흘러들어 경기 부양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우려해왔다.

한은은 이번 보고에서도 금융기관의 신용 공급이 부동산 부문에 집중되면서 생산적인 부문으로의 자금 공급이 제약받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말 부동산 신용은 총 1923조5000억원 규모로, 전체 민간 신용의 49.7%에 달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한은은 대출 규제에도 서울 집값이 가라앉지 않을 경우 도입할 수 있는 고강도 추가 규제안을 국정위에 공식 보고했다.

한은은 "거시 건전성 정책 강화 기조를 지속하는 동시에 관련 규제를 추가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부와 협력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안으로는, 먼저 조정대상지역,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확대 지정 및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를 언급했다. 현재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에 한정된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집값이 유독 치솟은 주변 지역으로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또 정책대출이나 수도권 유주택자 전세대출 등을 포함한 DSR 적용범위 확대도 함께 거론했다. 최근 자체 보고서에서 "정책대출이 DSR 규제 대상에서 빠진 가운데 커진 정책대출 비중은 가계부채 관리에 어려움을 준다"고 경고한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한은은 금융기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위험 가중치 상향 조정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규 취급 주택담보대출의 위험 가중치 하한을 높이게 되면 은행들은 자본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대출을 소극적으로 늘릴 수밖에 없게 된다.

이날 국정위에서는 한은의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일부 위원들은 한은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보다 전향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태호 국정위 경제1분과장은 "팬데믹 이후 전반적인 물가 수준이 높아진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목표 달성에 부담이 되고 있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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